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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DNA /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25. 04:37

세상을 바꾸는 DNA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12.22 01:22                

 

 

 

 

 

 

 

 

 

 

 


 




 

 

 

 

 

 

 

세상을 바꾸는 DNA

 

 

 

  

 



  

요즘 날씨가 꽤 춥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온몸으로 매서운 바람이 쏙쏙 들어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찬바람을 맞으며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출근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아내는 “여보! 내가 갱년기인가 봐?” 했습니다. 그래서 “왜?”하고 물었더니 “작은 일에도 자꾸 짜증이 나네?” 합니다. 아내는 자꾸 얼굴이 빨개지고 마음이 심난하다고 합니다.


갱년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괜히 가까이 있다가는 언제 불똥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아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 상책인데 늘 붙어 있어야 하니 요즘은 가자미 눈으로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일이 됩니다.


요즘 우리 식당은 닭 굽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날마다 오시는 손님맞이뿐만 아니라 때가 때인 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닭갈비를 선물하기 위해 날마다 닭을 굽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닭을 제법 구워서 구워서 어려운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나눠주고 왔습니다.

내일도 50마리를 구워서 산타처럼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이것도 식당을 하는 소소한 기쁨 중에 하나입니다. 어려운 아이들이나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뭔가 이렇게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어제는 제가 단장으로 있는 여수YWCA합창단과 함께 푸짐한 선물을 들고 어르신들이 모여 계시는 어느 시설에 갔습니다.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를 해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이렇게 어려운 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늘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은 아마도 힘이 하나도 없이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관객 중에서 유독 치매를 앓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녀처럼 예쁜 곰인형을 품에 안고 계시던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잘 듣고 계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윗옷을 벗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고 여쭤보니 할머니는 안고 있는 아이가 춥다고 한다며 기어이 옷을 벗어서 곰인형에게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다독다독 해주고 계셨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할머니의 모습처럼 이 모습으로 늙어갈 것입니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다시 아이가 되어 가는 과정 말입니다.







오늘은 오래 전에 라디오에 소개된 실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른 아침 서울의 시내버스 안이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기사와 세 명의 승객이 있었습니다. 50대 신사와 회사원 차림의 젊은이 그리고 중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소녀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정류장에서 80세 전후로 보이는 노인이 탔습니다. 그 노인은 양손에 묵직한 비닐봉지를 끌고 힘겹게 버스에 올랐습니다. 노인은 “요금이 없어서 미안하다. 조금만 태워 달라.”며 기사 뒷자리에 걸터앉았습니다.


기사는 “요금도 없이 버스를 타시면 안 됩니다”하면서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일순간 버스 안에는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노인은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거듭 “미안하다”고 했고, 기사는 “돈이 없으면 안 된다, 내리시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의례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간쯤 앉아있던 소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기사 아저씨, 할아버지 내리라고 하지 마세요! 차비가 없다고 하시잖아요.”


더 놀란 것은 소녀의 다음 행동이었습니다. 소녀는 버스요금 박스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집어넣었습니다. 뜨악한 표정을 짓는 기사에게 “잔돈은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타시면 요금으로 계산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습니다. 정작 당혹스러운 사람은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신사였습니다. 자신의 지갑에 있는 몇 장의 지폐가 떠올랐습니다. 못 본척 했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슬며시 만 원짜리 한 장을 지갑에서 빼냈습니다.


다행히 소녀는 내리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신사는 목적지에서 버스 문이 열리자 소녀의 외투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슬쩍 집어넣고는 죄인처럼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신사의 만 원을 소녀가 어찌했는지, 소녀의 만 원을 기사가 어찌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신사는 여기까지의 얘기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고백하면서 소녀에 대한 어른의 죄책감을 씻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로 그 사연을 들었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빵을 사러 동네 제과점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한 노인이 케이크를 주문하면서 집까지 배달해줄 수 없느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심각한 파킨슨병 환자였는데 손을 많이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부인의 생일이라 깜짝 놀랄 수 있게 생일파티를 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과점의 종업원은 규정상 배달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자신이 배달해 주겠다며 그 케이크를 대신 받았습니다. 그리고 노인을 부축해서 케이크를 노인의 집까지 들어다 주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버스 안 소녀와 노인’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에서 비롯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용기로 세상은 조금씩 변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안에는 언제나 이 소녀의 DNA와 같은 것이 분명 있을 것이 말입니다.

단지 그 DNA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겠지요.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