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내역도 함께 공개했다. 취임 직후부터 퇴임 전까지 4년간 35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아 차명폰 구입이나 문고리 3인방 휴가비 등으로 퍼주는 데 썼다고 한다. 그간 자신에게 국정농단 혐의가 쏟아지는 동안에도 “1원도 받은 게 없다”며 돈 문제는 깨끗한 것처럼 주장해왔으나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났다. 특히 2016년 8월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자 잠시 상납을 중단시킨 걸 보면, 스스로 떳떳지 못한 돈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용 특수활동비로 매년 120억원이나 받으면서도 별도로 국민 세금을 빼내 사적 용도로 썼다니 그 파렴치함에 말문이 막힌다. 무엇보다 입만 열면 ‘안보’를 강조하면서 안보에 쓸 돈을 기치료·주사 비용으로 빼 썼으니 보수의 안보관은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최순실씨 등과 연락하기 위해 차명폰만 무려 51대를 구입했다니 애초부터 ‘비선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모양이다. 또 기치료·운동치료·주사 비용은 물론 서울 삼성동 자택의 에어컨 구입·수리 비용, 관리인 월급까지 세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대통령 자격 이전에 최소한의 공인의식조차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문고리 3인방’에게는 매달 300만~800만원씩의 특수활동비와 1천만~2천만원의 휴가비·명절비 등 모두 9억7600만원을 특활비에서 빼내 줬다.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특활비와 별도로 이런 거금을 따로 퍼줬으니, 돈으로 입막음을 한 셈이다. 이렇게 개인 용도로 쓴 돈만 15억원이나 된다. 도대체 청와대 특수활동비 120억원은 어디다 썼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순실씨가 국정원 특활비를 사실상 관리해온 흔적도 드러났다. 3인방에게 지급한 명절비·휴가비 내역을 최씨가 자필로 적은 메모가 발견되고, 의상실 운영비로 지급한 현금에도 특활비가 일부 포함됐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라는 빙산의 일각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검찰이든 국회든 시한을 두지 말고 그 실체를 밝혀야 할 필요성을 새삼 절감케 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을 저지르고도 여전히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면서 사법농단까지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고농단 혐의가 드러남으로써 그가 국기문란의 장본인일 뿐 아니라 세금까지 훔쳐 쓴 파렴치한 범죄자임은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의 구치소 출장 조사에 진술을 거부하며 옥중 정치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법적 투쟁만으론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자들도 이제 ‘인간 박근혜’의 추한 두 얼굴을 확인했을 테니, “정치보복” 등 허튼 주장과 망동을 거둬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