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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괜찮은 일...[Karma kitchen] /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1. 8. 07:19

올해 첫 괜찮은 일...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8.01.07 21:41                

 

 

 

 

 

 

 


 




 

 

 

 

 

 

 

올해 첫 괜찮은 일...

 

 

  

  




어젯밤 아내와 퇴근을 하면서 우스갯소리 하나를 해주겠다고 했다.


예수님께서 로마군에 체포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난 베드로가 대제사장의 시종인 ‘말고’의 오른쪽 귀를 칼로 베어버렸다. 이를 보신 예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말고'의 귀를 다시 붙여주시자, 말고는 새 귀를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해피 뉴 이어(ear)!”


하지만 아내는 웃지 않았다.


올해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나 때문이고, 괜찮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우리 때문이고, 정말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당신 때문이라고. 이 세 가지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좋은 사람을 얻기 위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상 쓰지 않고 살맛나는 세상이면 좋겠다. 2016년보다 2017년이 낫고, 2017년보다 2018년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면 좋겠다. 그런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제도나 자원이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오래 전에 스물 두 살의 대학생 엄마가 있었다. 그녀는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분유를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주머니에 돈은 없었지만 굶고 있는 아기를 생각하면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다.


‘몰래 가방에 넣어 가면 주인이 모르지 않을까….’ 스물두 살 대학생이던 그녀는 그렇게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잘못된 선택을 하기 바로 전에 가게 주인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연우(첫째 딸 이름) 엄마, 그냥 가져가고 분유 값은 다음에 줘.”


그녀는 그날 그 분유를 아이에게 먹이면서 ‘살림이 피면 꼭 어려운 아이들을 돕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다. 그녀는 어느 정도 살만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자 지난해 2월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매달 160만 원씩 후원하기 시작했다. 분유 하나로 인해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또 얼마 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동차에 탄 채 커피를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였다. 한 여성이 자신의 커피값과 함께 얼굴도 모르는 뒷사람의 커피 값을 대신 지불했다.


그러자 공짜 커피의 행운을 얻은 사람이 그냥 가지 않고 다시 뒷손님의 커피 값을 대신 내줬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시작된 작은 선행이 놀랍게도 378명까지 이어졌다. 누군가의 작은 사랑이 또 다른 사람의 가슴에 닿아 새로운 사랑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 보면 ‘카르마 식당(Karma kitchen)’이란 것이 있다.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손님은 본인 밥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계산대에 가면 종업원은 영수증 대신에 이렇게 적힌 메모지 하나를 준다.


"당신이 오기 전, 이 식당을 방문한 누군가가 당신의 식사비를 지불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선이 순환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손님을 위해 밥값을 계산하길 원한다면 이 봉투 안에 기부해주세요“


돈이 없으면 안 내도 된다. 낸다 해도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것이지만 내가 낸 돈이 누군가를 위한 기부가 되는 셈이다. 금액도 자신의 형편에 따라 자유롭다. 이렇게 앞서 왔던 손님이 낯모르는 누군가의 한 끼를 위해 미리 밥값을 내주는 것이다.


카르마란 불교 용어로 업(業)을 의미한다. 즉, 내가 지은 대로 되돌려 받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비록 되돌려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자식들이 되돌려 받는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내가 덕을 쌓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되돌려 받기 때문이다.


어제 어느 분이 이런 글을 보내왔다.


“지난해는 괜찮은 사람들이 이 땅에 탄생하는 뜻깊은 한 해였다면 올해는 괜찮은 사람들이 괜찮은 동네, 괜찮은 지역사회, 괜찮은 세상 만들기를 위하여 힘차게 도약하는 귀한 기간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괜찮은 사람들’의 목표는 이렇게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 그 중에는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하나씩 이를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식당을 오픈하고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차례로 모셔서 식사대접을 했다. 그리고 식당으로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는 괜찮은 사람들의 ‘괜찮은 닭구이’를 구워서 배달을 해주었다. 그러면 그 집의 아이들이 난리가 난다. 맛있다고.


지금까지 이렇게 배달해 준 닭구이가 500마리가 넘는다. 남들은 미쳤다고 한다. 돈 벌어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나면 뭐가 남냐고. 하지만 이렇게 하고 싶어서 식당을 하는 것이니 나는 그래도 괜찮다. 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러나 아직 우리 주변에는 고기가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먹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이들이 그럴 때면 마음이 더 아프다. 그런데 이 모든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일 재간이 없다. 내가 재벌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먹일 수도 없다.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있다. 이 일을 혼자서 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이렇다.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사람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고 치자.


나는 비교적 식당이 잘 되는 편이니 설거지 해줄 사람이 늘 필요하다. 그러면 그 자원봉사자가 우리 식당에 와서 설거지를 한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간당 8천원을 책정해 줄 생각이다. 현찰이 아니라 쿠폰으로.


그 쿠폰은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어도 좋고 식당에 걸어놓아도 좋다. 그리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그 쿠폰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베푼 작은 선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대신에 쿠폰 뒤에는 기증자의 이름 정도는 적어 주고 싶다.


이 일을 지금부터 해보고 싶다. 자원봉사자가 흘린 땀의 대가를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카르마 식당(Karma kitchen)인 셈이다. 이를테면 낯모르는 누군가의 한 끼를 위해 나의 땀을 미리 내놓는 것이다.


나는 쿠폰을 내고 식사를 하는 사람이나 돈을 내고 식사를 하는 사람이나 조금도 다름 없이 대해주면 되고. 그리고 고기가 부족할 것 같으면 조금 더 주면 되고.


자원봉사자는 남녀 누구나 괜찮다. 하루에 2시간도 괜찮고 3시간도 괜찮다. 대신에 일은 힘들게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설거지가 생각보다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한 끼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분은 미리 메일이나 문자(010-2645-3000)로 신청해 주시면 고맙겠다.


이 일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한 번 해보고 싶다. 나는 노동력을 덜고 자원봉사자는 땀을 제공하고 그 결실은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고. 그러면 이 일 또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사람의 가치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베풀었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는 것에도 늘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