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방장관,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밝혀
MB “이면합의 없었다” 거짓으로 드러나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두고 파문 일듯
MB “이면합의 없었다” 거짓으로 드러나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두고 파문 일듯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2010년 11월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이 이명박 정부 때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전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유사시 군사 개입을 약속하는 비밀 군사협정을 주도했다고 털어놨다.
김태영 전 장관은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과 UAE 갈등설의 진원지가 이명박 정부 때 맺은 비밀 군사협정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국방부장관으로 UAE를 세 차례 다녀오면서 UAE와 군사협력 문제를 매듭지은 당사자다.
김 전 장관은 비밀 군사협정 가운데 UAE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에 대해 “그렇게 약속했다”면서 “실제론 국회의 비준이 없으면 군사개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쟁이나 전쟁 등 유사 상황에 한국군이 자동 개입하기로 했다는 비밀 군사협정 의혹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한국이 국회 비준을 빌미로 UAE를 기만했을 가능성까지 내비친 발언이다. 게다가 지난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UAE 원전 수출과 관련해) 이면 계약은 없다”고 말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2009년 UAE 원전 사업 수주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UAE 원전 사업은 거의 프랑스에 넘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 중동 지역 공사 현장을 많이 다닌 전문가다. UAE 왕세제에게 협조를 구해 보니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AE 측은 한국이 UAE의 안보를 위해 무엇에 기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 UAE는 돈이 많고 땅도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UAE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에 대해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UAE에 와 주는 거였다. 평소엔 UAE군의 훈련을 돕거나 무기를 관리하는 역할 등이었다”며 “UAE는 오랜 기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다. 위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고 만약 발생해도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UAE가 마련한 시설에서 한국군이 교육·훈련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파병도 반드시 군사적인 위협 때문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양국의 국익에 도움 된다면 파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도 이런 이유로 파병을 한다. 그러나 국회에선 반대가 심했고 어렵게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장관의 말대로 한국은 지난 2011년 1월11일 UAE에 아크부대 1진을 파병했다. 김 전 장관은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조항의 경우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만일 UAE에 한국군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회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며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국회 비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밀 군사협정 때는 UAE와 유사시 자동개입을 약속했지만, 국회 비준 동의를 빌미로 UAE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번 파장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렸다. 그는 “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에 간 줄도 몰랐다. 나중에 국방일보 장관 동향 단신을 보고 알았다. 나한테 전화라도 한 번 했으면 한국과 UAE의 관계에 관해 설명해 줬을 것이다. 아마 적폐청산한다며 과거 문서를 검토하다가 비공개 군사협약을 오해한 거 같다. 꼼꼼히 따져봤다면 안 해도 될 행동을 UAE에서 한 것 같다. (송 장관이) UAE에 가서 약속을 바꾸자고 하자 UAE 왕실이 자존심이 상해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