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스무 살 시절의 2월. 꿈을 좇아 서울로 갔다. 청운의 꿈을 안고. 야간 열차 안에서 구겨진 밤을 보내고 부스스한 얼굴로 서울역에 내린 나. 그때가 새벽녘. 낯선 곳에 혼자 덩그렇게 떨어진 나. 어디로 갈까. 마땅히 갈 곳도 없는데.
서울역에 내리니 여수와는 공기가 달랐다. 2월의 겨울. 차가운 바람이 온 몸으로 들어왔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딸랑 3만원. 어머니가 옆집 아주머니에게 빌려서 어렵게 마련해 주신 돈. 이 돈으로 내 청춘을 버텨야 했다.
어렵게 고시원의 총무 자리를 구했다. 월급 10만원. 첫 월급을 받아서 형사소송법 책 한 권을 사고 쌀 사고 반찬 몇 가지 사고 나니 남는 것이 없었다. 반찬이래야 김치와 콩자반이 전부. 잠은 고시원 바닥에서 잤다. 담요 하나에 의지해서.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공사판에 날일을 갔다. 새벽의 영등포 인력시장. 그곳에 가면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장작불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날이 어렴풋 밝아올 무렵. 인부로 뽑혀 봉고차를 타고 가면 그곳 대부분은 건축현장이었다.
그곳에서 하루종일 건물을 오르내리며 모래와 벽돌을 져 날랐다. 엉덩이를 뒤로 쭈욱 뺀 채 허리를 반쯤 앞으로 굽혀 무거운 짐통을 메고 계단을 오르는 일.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내 등에 짊어진 짐통의 무게뿐만 아니라 세상의 무게도 함께 견뎌야 했다.
그렇게 모래와 벽돌을 져 나르는 일이 끝나면 땅을 파고 철근을 깔고 시멘트를 비벼 넣는 작업도 했다. 어느덧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그럴 때마다 나는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 하늘. 나를 키운 고향의 하늘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하늘.
그렇게 일을 끝내고 나면 어깻죽지에 피멍이 들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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