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에 광양에 계시는 황재우 회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아이들을 무주리조트에 1박 2일 졸업여행을 보내주면 어떻겠냐고. 한 번도 스키장에 안 가본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인데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그 비용 모두를 대주시겠다고 했다. 얼마나 고맙던지.
다음 날 직원들이 모두 모인 아침 미팅시간에 “이번에 졸업한 인턴 사원들에게 졸업여행을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고 했다.
우선은 형이나 언니들이 “우리도 보내주세요.”하고 요구한다면 인턴들의 졸업 여행을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형과 오빠들도 보내면 더 나이 많은 주방의 직원들도 보내야 하고 그러자면 끝이 없어서 아예 누구도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모두가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자신들은 여행을 보내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동생들은 졸업여행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형과 누나들의 동의를 먼저 받은 다음에 이번에는 인턴 사원들에게 얘기했다.
이번 졸업여행은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고 눈 덮인 덕유산에 눈꽃산행을 하는 것이 목적이니 스키까지 태워달라고 하면 이번 졸업여행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도 걱정이었다.
스키는 우리가 올 한 해 열심히 벌어서 내년 겨울에 타자고 했다. 아직 우리 회사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해달라고 하면 나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했다. 아이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데 그 하고 싶은 것을 자제할 수 있는 것도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릴 줄 아는 것도 교육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눈길을 오래 걸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등산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등산화는 있냐고 물었다.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운동화를 신고 눈 덮인 산을 오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 신발 사이즈에 맞게 등산화 15켤레를 샀다. 이왕 사는 것이니 예쁜 것으로 샀다. 막 도착한 등산화를 신고 어느 여자 아이가 한쪽에서 훌쩍이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왜 울어?”하고 물었다. 아이가 말했다.
“우리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 아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 사랑, 받아도 된다고.
15명을 1팀과 2팀으로 나누어 무주로 보냈다. 연예인이 타는 괜찮은 사람들의 벤을 태워서 보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아이돌 연예인 같다며 깡충깡충 좋아라 했다. 그 차에는 아이들이 1박 2일 동안 먹을 닭고기며 삼겹살이며 먹을 것을 몽땅 싸서 보냈다.
1팀은 벌써 다녀왔고 어제는 2팀이 가는 날이었다. 든든한 인솔자가 있어서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한 번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후 늦게 아내와 함께 무주로 향했다. 2시간 30분의 거리였다.
거기 도착하니 밤이었고 모든 것이 하얀 눈 세상이었다.
아이들은 눈밭을 뛰고 달리며 좋은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아이들의 기쁨이 100이라면 나의 기쁨은 200이다. 이렇게 서툰 사장과 서툰 직원들이 모여서 알콩달콩 만들어 가는 세상이 나는 재밌다. 이번 졸업여행도 그중에 하나다.
어제 아이들에게 말했다. 고마운 마음이 생기거든 그 마음으로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그래서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있고 가장 친절한 식당을 만들어 가자고.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