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뇌물액수 대폭 감소에도 법원, 국정농단 주범 적시
ㆍ최씨, 심리 끝나 영향없어
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액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뇌물수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재판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62)와 뇌물수수를 공모했고,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특검이 앞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이 부회장의 1심 판결문에는 뇌물수수액이 89억원으로 기재됐지만, 이날 열린 항소심에서는 절반 이상이 깎여 36억원만 인정됐다. 또 이 부회장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은 오는 20일 재개될 예정인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문을 유리한 증거로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 재판부는 이번 삼성 뇌물 사건을 ‘요구형 뇌물 사건’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박 전 대통령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하고, 최씨는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다”며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기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최씨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직접 돈을 받지 않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공범으로 적시한 점 또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최씨는 이를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수수하고, SK그룹에 89억원을 요구한 혐의가 추가로 있다.
최씨 재판은 이미 심리가 끝나 이 부회장 선고 결과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최씨 측이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요청해 이 부회장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지만, 오는 13일 선고를 앞둔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신청하거나 이 부회장 판결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할지 검토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과 최씨의 뇌물수수 사건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며 “판결선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뇌물죄의 공범이라는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