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법원, 또 재벌 봐줬다…36억 뇌물에도 풀려난 ‘법위의 삼성’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6. 16:39

법원, 또 재벌 봐줬다…36억 뇌물에도 풀려난 ‘법위의 삼성’

등록 :2018-02-05 22:38수정 :2018-02-06 09:55

 

사법 정의와 거리 먼 ‘이재용 면죄부’
이재용 ‘강요된 뇌물’ 피해자 규정
삼성 뇌물을 정경유착 아닌
권력 요구에 대한 응대로 판단

재벌총수 3·5 선고 공식 재연
이건희 이어 이재용도 면죄부

박채윤 6천만원 뇌물 실형과 대조
법조계 “일반인과 형평성 어긋나”
항소심 양형 판단에 비판 쏟아져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한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 기자 jijae@hani.co.kr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한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 기자 jijae@hani.co.kr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6억여원의 뇌물과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도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 법원의 고질적 병폐로 꼽혔던 ‘재벌 봐주기 행태’가 부활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법원은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27억원 배임 혐의를 인정하고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바 있어, 일반인의 뇌물공여·횡령에는 엄격한 법원이 대를 이어 삼성에는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5일 “유죄로 인정한 뇌물 36억3484만원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워 수동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살펴보면, 법원이 재벌에만 유독 관대하고 면죄부를 주려는 논리를 만들려 안간힘을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먼저 ‘삼성 뇌물사건’의 본질이 ‘정경유착’이 아닌 ‘요구형 뇌물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뇌물 공여자인 이 부회장을 ‘피해자’로 정의했다. 이어 “피고인 이재용이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단독 면담에서 호되게 질책을 당한 뒤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용역계약이 체결됐고 피고인들이 계약 체결을 서둘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의 질책과 요구의 강도가 어떠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며 책임을 모두 박 전 대통령 쪽에 떠넘겼다. 특검은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합병 성사 등 경영권 승계에 있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홍완선 판결(국민연금공단 합병 찬성 직권남용 사건)에서도 이재용이 배임죄의 수익자임을 명백히 인정하였음에도 이재용이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판단은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비자금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거친 회사 자금으로 뇌물을 줬고, 뇌물로 얻은 이익이 없다는 점도 재판부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뇌물의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이나 특혜를 요구하였다거나 이를 실제로 취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정치권력과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숙원사업이었던 삼성을 향해 황당하게도 재판부는 1970~80년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정경유착의 근거로 삼는 논리를 편 것이다. 또 재판부는 “범행 방법 면에서 보더라도 재벌총수나 그 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승마지원에 사용된 돈은 형식적으로나마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서 내부 품의 과정을 거쳐 지출되었다”며 ‘비자금’으로 준 뇌물만 아니라면 괜찮다고도 봤다.

한 판사는 “기소한 혐의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36억원의 뇌물공여는 큰 범죄인데 집행유예 선고는 국민 감정과 어긋날 뿐 아니라 뇌물공여나 횡령이 인정된 일반인의 형량과도 비교된다”고 비판했다. 과거 법원은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 등을 인정하고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일명 3·5법칙) 선고를 반복해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더구나 이번 판결은 일반인과 형평성의 차이가 크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부부 등에게 5983만여원의 뇌물을 준 박채윤 와이제이콥스 메디칼 대표는 징역 1년이 확정됐다.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물산 직원 한아무개씨도 지난해 12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0970.html?_fr=sr1#csidxd4d8d2166d574659c1b509a33ea33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