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주목받고 있는 최영미(57) 시인이 당사자로 지목된 유명 원로 시인의 입장에 대해 “구차한 변명”이라고 맞섰다.
최 시인이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 시인은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는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상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시인은 “시를 쓸 때 내가 특정 인물을 떠올려 시를 쓰다가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 들어온다. 혹은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을 둬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한다”며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과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또 “제가 등단할 무렵 성폭력은 일상화돼 있었다. 술자리 모임에서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며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안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후회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 문인이 이를 문제제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최 시인은 주장했다.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청탁하지 않고, 작품집이 나와도 평론 한 줄 실리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해당 여성은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문단의 경우 ‘작품이 좋지 않았다’고 이유를 대면 반박하기도 어렵다.
최 시인은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 된다”며 “이런 상황들은 일일이 제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많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최 시인이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 시인은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는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상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시인은 “시를 쓸 때 내가 특정 인물을 떠올려 시를 쓰다가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 들어온다. 혹은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을 둬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한다”며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과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또 “제가 등단할 무렵 성폭력은 일상화돼 있었다. 술자리 모임에서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며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안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후회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 문인이 이를 문제제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최 시인은 주장했다.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청탁하지 않고, 작품집이 나와도 평론 한 줄 실리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해당 여성은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문단의 경우 ‘작품이 좋지 않았다’고 이유를 대면 반박하기도 어렵다.
최 시인은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 된다”며 “이런 상황들은 일일이 제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많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