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법조계 날 선 비판 쏟아져
“경제권력 삼성 앞에 법원이 굴복”
“청탁 없었다? 경영권 승계 현안 무시”
“경제권력 삼성 앞에 법원이 굴복”
“청탁 없었다? 경영권 승계 현안 무시”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풀어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와 법조계 등에서는 ‘이재용 면죄부 판결’이라는 날 선 평가가 쏟아졌다. 이재용 석방을 위한 ‘짜맞추기 기획 판결’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6일 낸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증거에 눈감고 이성과 정의에 귀막은 ‘막가파’식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재용이 저지른 범죄의 의미를 축소하고 사실관계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법이 정한 가장 낮은 형량을 선고하고 집행유예로 면죄부를 줬다”고 평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석방을 염두에 두고 논리를 짜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도 “경제권력 삼성 앞에 법원이 굴복한 것”이라며 “뇌물 액수를 점차 줄여가는 것을 보면 집행유예를 전제로 한 짜맞추기식 판결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드러난 사실관계를 주시하지 않고 자신들이 짜놓은 결론에 맞춰서 필요한 것만 취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청탁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재판부 판단을 두고 반론이 거셌다.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 직원이 독일에 직접 가서 말을 사 주는 등 지원 행태가 구체적이라 수동적 행동이라고 보기는 무리하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현실에 눈감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보학 교수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에서 삼성생명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관여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며 “경영권 승계라는 시급한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인데, 명백한 사실에 눈감은 판결”이라고 했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해온 ‘반올림’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