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상고심 재판 쟁점>
증거 인정 땐 유무죄 판단없이 파기환송
내용상 핵심은 ‘경영권 승계 청탁’
재산 국외도피죄 인정 여부도 관심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모습. 백소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모두 2심 판결 뒤 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단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하지만, 한 명이라도 의견을 달리하거나 새로운 판례 등이 필요하면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넘어간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만큼 전원합의체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항소심의 증거 채택과 법리 해석에 문제가 없는지만 판단하기 때문에, ‘안종범 업무수첩’, ‘김영한 업무일지’ 등의 증거 능력을 우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거에 대한 판단이 다르면 혐의에 대한 판단 없이도 사건을 돌려보낼 수 있다. 판사들 사이에서 “업무수첩을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2심 판단은 기존 판례와도 다르고, 뇌물죄의 핵심 증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의견이 분분해 대법원도 이 부분을 세심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내용상으로 보면, 220억 제3자 뇌물죄의 운명을 좌우할 ‘경영권 승계작업’과 이를 위한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2심은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없다고 판단해 부정청탁의 입증이 필요한 제3자 뇌물죄(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 지원, 미르·케이스포츠재단 204억 출연)를 모두 무죄로 봤는데, 대법원이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쏠린다.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어디까지 입증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형식적으로 영재센터나 재단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 최순실씨나 박 전 대통령이 ‘장악’한 경우, 청탁을 분명하게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특검이 항소심에서 재단 출연금에 직접 뇌물죄를 추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판사는 “제3자(재단 등)는 외피에 불과하다고 볼 경우, 직접 뇌물죄의 대가성 수준만 증명되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2심이 전부 무죄로 본 재산 국외도피죄에 대해서도 한 판사는 “남을 위해 해외로 빼돌린 돈은 도피재산이 아니라는 해석인데, 법망을 피하기 위해 제3자 해외계좌를 이용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비판이 집중된 양형은 대법원 심리 대상이 아니라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이 적다는 이유만으론 2심을 깰 수 없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언제 나올지는 기약할 수 없다. 조만간 1심 심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함께 결론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