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조위 조사 결과 발표
“육·해·공 합동 진압작전” 공식 확인
해군 목포 해상 봉쇄·해병대 마산 대기
“육·해·공 합동 진압작전” 공식 확인
해군 목포 해상 봉쇄·해병대 마산 대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국방부 5·18 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건리 변호사·이하 특조위)는 5·18 민주화운동 때 군 헬기가 광주 시민들을 향해 사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또 해군이 군함을 동원해 시위대의 해상 탈출을 막을 목적으로 목포 해상을 봉쇄하는 등 당시 육해공군 3군이 합동작전으로 진압에 나섰다는 점도 확인했다.
특조위의 이건리 위원장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이 1980년 5월21일과 5월27일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해 광주시민을 향해 여러 차례 사격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5·18 헬기 사격을 정부 기구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또 “공군은 수원 제10전투비행단의 F-5 전투기들과 사천 제3훈련비행단의 A-37 공격기들에 MK-82 폭탄을 이례적으로 장착한 채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전투기 폭탄 장착 대기의 목적이 광주 폭격 계획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해군(해병대)도 광주 출동을 위해 5월18일부터 마산에서 해병 1사단 3연대 33대대 병력(448명)을 대기시켰다가 진압작전 변경으로 출동 해제했으며, 시위대의 해상 탈출을 막기 위해 해군 함정(309 편대)을 출동시켜 목포 항만에서 해경과 합동으로 해상봉쇄 작전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계엄사가 육해공군을 동원해 ‘3군 합동작전’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했음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헬기 사격의 근거로 5월21일부터 계엄사령부가 문서 또는 구두로 여러 차례 헬기 사격을 지시한 사실을 제시했다. 계엄사령부가 5월22일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 하달한 ‘헬기작전계획 실시 지침’에는 “상공을 비행 정찰하여 버스와 차량 등으로 이동하면서 습격, 방화, 사격하는 집단은 지상부대 지휘관의 지시 따라 사격 제압하라”는 등 헬기 사격 명령이 포함돼 있다고 특조위가 밝혔다. 또 특조위는 △103항공대 조종사 4명이 5월22일 AH-1J 코브라 헬기 2대에 벌컨포 500발씩을 싣고 출동했다고 진술한 점 △5월21일과 27일 헬기 사격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 △광주 전일빌딩 10층에 헬기 사격 탄흔 150개가 남아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들 일부는 무장 비행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격은 부인했다.
특조위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꾸려져,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과 전투기 폭격 대기 여부 등을 조사해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