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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8. 06:32

사주팔자...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8.02.07 23:37                




 

 


 

 

 

 

 

 

 

사주팔자...

 

 

 




  

직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내가 현재 맡고 있는 위원장이나 회장 직함이 10개가 넘는다. 이 숫자는 그냥 위원으로 참여한 경우를 뺀 숫자다. 그런데 요즘은 이 직함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왜냐하면 위원장이나 회장은 회의를 할 때마다 빠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달 열리는 회의든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든 회의를 할 때마다 그 회의를 주재해야 하니 무조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일이 참 많다. 갑작스런 출장도 잦다. 그러다 보니 일정을 잡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피치 못할 직함이 아니면 위원장이나 회장 직함을 하나씩 내려놓고 있다.


나는 내려놓고 싶어도 허락을 안 해주니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온갖 핑계를 대서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니어도 운영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면 나는 무조건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다 잘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엊그제는 또 하나의 직함을 맡기려고 하는 어느 분에게 나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투정 아닌 투정을 좀 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팔자가 그러려니 생각하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를 그럴 팔자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내가 사주팔자를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내 처지를 보면 내 팔자가 그런 팔자인가 싶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분이 갑자기 내게 와서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다. 어디를 가냐고 물었다. 그냥 좀 따라오라고 했다.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분의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 분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그 바닥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철학관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여기로 나를 데려온 이유가 뭐냐고. 그분은 대답했다.


미리 말하면 따라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분은 신년이기도 해서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데려왔다고 했다.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먼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이분이 잘 보냐고. 그분은 말했다. 아주 용한 사람이라고. 사람의 사주와 관상을 보고는 그 사람의 운세를 정확하게 짚어낸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재계의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방법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내심 호기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점잖게 생긴 분이 앉아 계셨다. 다소곳이 그 분 앞에 앉았다. 지인이 말했다. 이분의 운세 좀 봐달라고.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철학관 관장님은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말해달라고 했다.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책을 꺼내서 한참 동안 뒤적였다. 그런 다음에는 내 얼굴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직 그분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하긴, 아무 것도 묻지 않으니 말할 기회도 없었다. 이윽고 그분이 입을 열었다.


사주가 참 좋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다. 관상도 참 좋다고 했다. 또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지금 제법 큰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나를 넘겨짚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에 나는 웃기만 했다.


철학관에 오는 사람치고 사연 없이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그러더니 올해 내 운세에는 사업운과 명예운이 함께 열려있다고 했다. 한 사람의 운세에 이 두 가지 운이 함께 열리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고도 했다.


그 관장님은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 눈으로는 계속해서 내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눈길을 피하는지, 내 눈빛이 어떤지 등을 자세히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지지 않고 그분과 눈싸움을 했다.


그리고 표정으로는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을 테니 당신이 한 번 알아 맞혀 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그 관장님이 다시 말했다. 내 앞에 놓인 두 개의 문 중에서 올해는 사업 문을 먼저 열라고 했다. 그러면 명예는 자연히 뒤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내심 놀랐다. 내가 직장인인지 사업가인지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분은 정확하게 내 의중을 짚어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올해 내 운세는 흑룡이 비구름을 만날 운세라고 했다. 인심이나 쓰듯 아주 보기 드문 대운(大運)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덕담을 해주냐고. 그분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자신은 자신이 본대로만 얘기한다고 했다. 여기 철학관은 그런 곳이 아니라고 했다. 그 철학관을 나서는데 지인이 참 좋아했다.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고도 했다.


오는 길에 혼자 생각했다. 철학관 관장은 어떤 것을 근거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을까? 아마도 내 얼굴의 관상을 보고 얘기하지 않았나 싶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사업가인지 직장인인지 정도는 누구라도 쉽게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은 곧 마음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얼(정신)의 굴이다. 그래서 얼굴 안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드러나 있기 마련이다. 선한 사람은 선한 얼굴을 갖고 있고 악한 사람은 악한 얼굴을 갖고 있다. 철학관 관장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알 수가 있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그 사람의 눈빛이다. 그 사람의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의 속까지도 들여다 보이고 대충 그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촉이 있는 사람인지 촉이 없는 사람인지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눈빛과 눈동자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 사람이 약삭빠른 사람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가 있다. 어느 책을 보니까 그 사람의 눈빛과 얼굴빛에, 그 사람의 사주까지 섞어서 보면 그 정확도는 매우 높아진다고 했다.


우스갯소리도 있다. 성삼문의 이름이 왜 삼문인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성삼문이 태어날 때 태어나는 시간을 좋게 받기 위해 산모가 밖에 있는 점쟁이(친정아버지)에게 세 번이나 물었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그래서 아이 이름을 세 번 물었다고 해서 삼문이라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점쟁이가 낳으라는 시간까지 참지를 못하고 성삼문 어머니가 아이를 빨리 낳아서 성삼문의 운명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이랬든 저랬든 좋은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다. 올해 잘된다는데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내 운세가 대운이라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혹시라도 아무리 올해 운세가 좋지 않다 할지라도 마음을 더 갈고 닦으면서 노력하면 안 좋은 운세도 살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마음 쓰기 따라서,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내 관상도 변하고 내 운세도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사주나 관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심상(心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내 사주를 보고 나서 지인이 복채를 대신 내주었는데 도대체 얼마를 냈을까? 그 분은 두둑하게 넣었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액수가 궁금해진다.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





 

  


오늘 사진은 김광중 작가님이

2년 전에 눈 오는 날 돌산공원에 올라가서

담아온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