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평창겨울올림픽

[한겨레 사설] 평창 밝힌 성화, 온 세계에 ‘열정과 감동의 빛’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11. 17:20

[한겨레 사설] 평창 밝힌 성화, 온 세계에 ‘열정과 감동의 빛’을

등록 :2018-02-09 22:17수정 :2018-02-09 22:33

 

9일 밤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스타디움에 성화가 타오르며 17일간의 축제가 시작됐다. 세계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그것도 남북한으로 땅이 나뉜 강원도에서 막 올린 23번째 겨울올림픽. 역대 개최지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의 도시지만, 인구 4만3천명의 평창은 이 순간 전세계를 향해 가장 강력한 평화의 발신지가 됐다.

‘행동하는 평화’를 주제로 펼쳐진 개막식 공연은 한 편의 ‘겨울동화’ 판타지였다. 하얀 얼음으로 바뀐 세상에 등장한 강원도의 다섯 아이들은 굴렁쇠 소년이 30년 전 서울올림픽에서 그러했듯, 어른들에게 연결과 소통을 통한 평화를 호소했다. 고대신화를 비롯한 전통문화부터 케이(K)팝, 미디어아트, 드론 등 현대적인 문화·기술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장관은 전세계인들과 소통하는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이날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2007년 중국 창춘 겨울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에 한국 원윤종 선수와 북한 황충금 선수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핵·미사일 갈등과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던 것을 생각하면 꿈만 같은 장면이다. 이것이 스포츠의 힘이다.

스포츠는 정직하다. 땀을 배반하지 않는다. 경쟁이 공정하다면 최선을 다한 데 만족할 뿐, 결과를 두고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다. 여기서 국가 간의 메달 경쟁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선수 2920명이 참여한 이번 올림픽엔 선수단에 단 한명만 이름을 올린 나라가 18개국에 이른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겨울올림픽에 처음 데뷔하는 나라도 6개국이다. 이름난 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다소 낯선 비인기 종목이더라도, 선수들 하나하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따뜻하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성숙한 개최국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최근 <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급성장한 한국을 재조명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경제성장이 남긴 그늘과 완수되지 않은 민주주의 등 과제가 여전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써온 역사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17일간의 축제가 스포츠 정신을 통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평화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선수들의 선전을 빌며, 맹추위 속에서도 따뜻이 전세계 5만여 손님들을 맞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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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31670.html?_fr=mt0#csidxce9aa24b40df6d6bb4777dd270d2a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