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있는데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먼 산 보듯 그저 웃고만 계셨다. 그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났다. 그리고는 울음 범벅인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따지듯 물었다.
“엄마! 정말이야?”
나는 어머니에게 분명 이렇게 말을 했지만 사실 이 말은 눈물까지 아롱진 나의 딸꾹질 발음이었기에 어머니나 동네 아주머니들이 알아듣기엔 불분명했을 것이다. 단지, 분위기로 봐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눈치로 알아들었을 것이었다.
“그럼, 울 엄마는 어딨는데?”
드디어 내가 터지고 말았다. 아주머니들도 지지 않고 말했다.
“니 엄마 찾으려면 서시장 다리 밑에 가봐. 니 엄마가 거기서 고기 팔고 있으니까.”
"준태 엄마! 자네도 엊그제 왕기 엄마를 다리 밑에서 안 봤는가?"
"나도 왕기 엄마 봤어요. 그러고 보니 왕기가 즈그 엄마를 똑 닮았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울 엄마가 내 진짜 엄마가 아닌 것도 같았다. 어제도 내가 10원만 달라고 했는데 “나를 시장에 내다 팔아라.”고 했던 어머니였다. 그리고 기회만 닿으면 나를 몽둥이로 개 패듯 패던 어머니였다.
나는 울 엄마가 내 친엄마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있는 힘껏 발을 쿵쾅거리며 마루를 지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분홍 보자기 하나를 꺼내서 내 옷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 한 분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니, 뭐하냐?”
“울 엄마한테 갈꺼야!”
내 목소리는 앙칼졌지만 아주머니들은 더 크게 웃었다.
‘내 엄마도 아닌데, 뭘…….’
내 얼굴은 이미 눈물 반, 콧물 반으로 범벅이 됐다. 엄마 없는 서러움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나는 옷 보따리를 챙겼다. 서시장 다리 밑에서 고기장사를 하고 있는 진짜 울 엄마를 찾아 가기 위해서.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자 그때서야 울 엄마는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안으며 “아이고 내 새끼!” 하면서 “니 엄마는 나야! 내가 너를 낳았어.” 하셨다. 엄마의 그 말에 나는 대성통곡을 하며 어머니께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들이 아니라고 하잖아!”
이제는 엄마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급기야 서러움에 복받쳐 두 다리를 쭉 뻗고 앙앙거리며 우는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아줌마들이 너를 놀리려고 그런 거야.”
나는 서러워 죽겠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지만 그 일이 있고도 한참 동안 나는 우리 엄마가 진짜 우리 엄마인지 가짜 엄마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때는 울 엄마가 계모보다 더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가 어머니 다리 밑에서 나왔지 어머니 머리 꼭대기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동네 아주머니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나저나 서시장에서 고기 팔고 계셨던 우리 친엄마는 지금 잘 계신지 모르겠다.
by 괜찮은 사람들 박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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