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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6. 1. 04:20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등록 :2018-05-31 15:33수정 :2018-05-31 22:53

 

[뉴스AS]
외국에서 주목받아 한국에 역수입된 아이돌
싸이 이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팝 가수
국외 팬들과 트위터로 자주 소통하며 결속력 높여
콩글리시로 아무렇지 않게 자기자랑하는 모습도 어필
지금 미국 10대는 영어 아닌 노래들을 준비 된 세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6년 차인 방탄소년단은 싸이 이후 미국에서 가장 앨범이 많이 팔리고 뮤직비디오가 많이 재생된한국 가수다.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100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Tear)와 타이틀 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각각 1위와 10위에 올려놓으며 데뷔 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기 심야 토크쇼에 출연하고, 메인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등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두드러진 성공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관심과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물론 이들의 강력한 팬덤(fandom, 팬들 혹은 팬들 사이의 문화)이다. 방탄소년단을 보는 미국 언론들의 시각과 트위터와 팬 커뮤니티 등에 나타난 케이팝 팬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미국에서 가장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지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만든 미국 음악 팬 지도를 보면, 방탄소년단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과 하와이, 위스콘신 일부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비슷한 지역에서 특히 더 인기 있는 다른 아티스트들은 저스틴 비버, 더위켄드, 마룬5, 셀레나 고메즈 등이다.

지도는 빌보드 아티스트 톱 100차트에 오른 100팀의 아티스트 가운데 20161월부터 20174월까지 유튜브에서의 뮤직비디오 재생 횟수가 가장 높은 50팀을 골라 만들었다. 20185월 마지막 주 현재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아티스트 톱1001위다. (뉴욕타임스 팬 지도 기사 보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접근성 좋은 유튜브와 트위터로 데뷔 전부터 국외 팬들에 어필

국외에서 케이팝을 처음 접하는 경로는 대부분 유튜브. 트위터와 영문 케이팝 팬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 BTS(방탄소년단의 영문명)와 관련된 열쇳말들을 검색했을 때, 팬들이 처음 방탄소년단을 접하게 된 계기 역시 유튜브였다. 다른 케이팝 가수들의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를 몇 번 접한 뒤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본격적으로 팬이 된 경우가 많았다.

내가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이유등의 해시태그로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내용은 스타가 됐지만 여전히 겸손하다, 항상 팬들을 사랑한다등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트위터로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아이돌들은 그룹 결성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팬덤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탄소년단의 경우에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금까지도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무대 뒤 사진, 영상과 함께 멤버들이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국외 사용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국외 팬층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자연스럽고 솔직한 덜 한국적인아이돌

방탄소년단은 미국 진출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만든 그룹이 아니었다. 외국인 멤버가 없는데다 영어로 자유롭게 인터뷰 답변을 할 수 있는 멤버도 일곱 명 중 아르엠(RM, 이전 활동명 랩몬스터) 한 명뿐이다.

그런데도 미국 TV에 등장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지금까지 봐온 케이팝 아이돌들과는 달랐다. 영어 인터뷰에 긴장하는 대신, 자신감 있게 콩글리시로 아무렇지 않게 자기자랑을 했다. 팬들은 이런 모습에 귀엽다, RM이 통역하느라 너무 바빠보인다, 발랄하다환호했다.

한국의 아이돌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이 보수적인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더 인기를 얻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반면, 아주 작은 자기 표현이 과감하고 자유로운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롤링스톤>방탄소년단은 케이팝 그룹의 가장 큰 터부들을 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르엠의 과거 성소수자 언급 트윗과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아르엠은 데뷔 직전인 2013, 트위터에 맥클모어&라이언 루이스의 세임 러브(Same Love) 뮤직비디오 링크를 올리며 가사를 모르고 그냥 들어도 좋지만 가사를 보고 들으면 두 배는 더 좋은 노래라고 적었다. 2012년 발표된 이 곡은 2015년 미국 동성결혼 법제화를 전후해 더 유명해지며 성소수자 공식 찬가라고까지 불린 바 있다.

지난 2<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아르엠이 나는 그 노래를 정말 좋아하고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설명했지만, 이 트위트는 이후에도 새로 유입된 팬들에게까지 계속해서 회자하고 있다. 한편 같은 인터뷰에서 멤버 슈가는 잘못된 게 아니고,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고 좀더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롤링스톤>은 비록 이들이 적극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출신 그룹으로서 이 정도의 작은 제스쳐를 보인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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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기 세대의 고민을 가사로 쓰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우울 등 사회 문제를 담은 가사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도 많다. 트위터와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지쳤을 때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힘이 났다, 살아가는 데 동기부여가 됐다며 본격적으로 팬이 된 계기를 밝히는 이들이 많다.

아르엠은 지난 2<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 세대의 시각에서는 매일매일이 스트레스라며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어른들이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바꾸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특권층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슈가는 이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며 전세계의 10, 20, 30대들이 우리 음악에 공감해주는 건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방탄소년단이 청년 세대의 고민을 담은 노래만 하는 건 아니다. 연애에 대한 노래도 많다. 게다가 이전에도 사회 비판적인 노래를 발표하는 케이팝 그룹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이 유독 주목을 받는 데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처음부터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엔엔>(CNN)에 출연한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케이팝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음악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방탄소년단은 그 정반대가 될 수도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직접 음반 프로듀싱에 참여함으로써 케이팝 산업 전체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다. 싱어송라이터라는 정체성이, 팬들로 하여금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진짜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한겨레>이전에 북미에 진출했던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들은 촘촘한 설정과 캐릭터를 연기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자기 것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어를 못 하면서도 경직돼 있지 않은 태도와 개성 있는 외모 등이 어우러져 미국 10대 팬들에게 더 편하고, 진입장벽이 낮은케이팝 그룹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튜브로 접한 팬들이 다시 유튜브로 재전파

앞서도 언급했듯, 케이팝의 국외 전파에 유튜브의 역할은 단연 결정적이다. 방탄소년단 역시 유튜브의 힘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4, 3집 앨범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아르엠은 소셜미디어로 많은 분과 소통하려 했던 점과, 한국어가 여러 나라의 말로 번역되고 유튜브 등의 채널로 쉽게 전파된 게 성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퍼진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는 강력한 팬덤을 통해 재생산되고 강화됐다. 방탄소년단의 비언어적 퍼포먼스에 팬이 된 이들은 멤버들의 한국어 가사와 인터뷰를 번역해 다시 팬 커뮤니티와 유튜브로 유통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워너원, 트와이스, 여자친구 등 인기 그룹들의 노래에 한글 가사, 영어 독음과 해석까지 세 줄 자막을 입힌 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압도적인 유튜브 재생 수와 투표 수 등으로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은 데는 그만한 팬들의 열정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방탄소년단이 팬들을 자주 언급하며 감사를 표현하는 행동을 이들의 주요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아미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며, 이들은 저스틴 비버의 팬들(빌리버, Belieber)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스위프티, Swiftie)만큼 열혈 팬들이라고 설명했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흐름과 달리 멤버 슈가가 기부하면서 팬클럽 아미의 이름을 쓴 것이나,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 아동·청소년 폭력 퇴치 캠페인 홍보대사가 되자 이틀만에 1백만 달러가 모금됐던 것 등이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미국에서 소수 취향이었던 케이팝이 주류시장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기존 팬들의 결속력이 강화된 것 역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지금까지 과소평가되고 무시됐지만 소년들은 노력하고 희생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한 팬의 트윗을 그 예로 소개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어 아닌 노래를 들을 준비가 된 미국의 2000년대생들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시엔엔>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는 미국뿐 아닌 세계 음악계에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영어가 아닌 음악과 문화에 귀와 마음을 열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싸이 이후로 이만한 성공을 거둔 케이팝 스타는 방탄소년단뿐이지만, 케이팝 가수들의 투어 티켓 판매량과 앨범 판매량, 각종 케이팝 페스티벌을 합치면 전체 이익의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기점으로 케이팝이 아닌 다른 언어권의 가수들에게도 비슷한 성공의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2010년 이후 미국에서 케이팝은 10대 초·중반에게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 한 문화가 됐다며 이후 미국에서 영어로 말하지도, 노래하지도 않는 팝그룹의 성공 사례가 또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47125.html?_fr=mt2#csidxce7162e9054a1f684c60880990d6f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