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유기성*신우인목사설교+칼럼

[스크랩] 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1. 15. 화요일 / 노 프러블럼

성령충만땅에천국 2019. 1. 18. 11:21


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1. 15. 화요일

노 프러블럼

1.
치앙마이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작년엔 필리핀으로 가는 바람에 한 해 걸렀더니
거의 2년 만에 오는 셈인데
그래도 몇 년 지냈다고 마치 고향 온 것 같이 마음이 편안하다.

2.
그래도
고향은 아니어서
잠시 있다가 떠날 곳이어서
삶과 생활이 무척 간결하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사지 않는다.
마치 소꿉장난 하는 것 같다.

몇 년 다니면서
꼭 필요하지 않은 군살 같은 것들을
많이 걷어내었다.

3.
집이 많이 줄었다.
줄이고
줄이고
줄이다가
올핸 드디어
10
평도 안 되어 보이는
원룸을 얻었다.
서울 집 생각하면 정말
코딱지만한 집이다.

노 프러플럼

4.
집보다 많이 줄어드는 건
일이다.
이곳에 오면
할 일이 없다.
회의할 일도 없고
보고 받을 일도 없고
지시할 일도 없고
출근해야 할 일도 없고
신경써야 할 일이 거의 없다.

아침 먹고
운동가고
운동하고 점심 먹고
점심먹고 마트에 장보러가고
저녁 시간 지루해서
마누라와 루미큐브하고
그러면서 두 달을 보낸다.
심플 라이프다.

노 프러블럼

5.
치앙마이에 오면

글도 읽을 줄 모르고
말도 잘 할 줄 모르는
그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냥
어리벙벙한
늙은이가 된다.
노바디가 된다.
내 삶의 평수가
일곱 여덟형 쯤으로 줄어든 느낌인데
그것도

노 프러블럼

6.
물론
그래도
이곳 분들 눈에는
팔자 좋은
외국 부자 영감으로 보일터이고

이곳 분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분들에게도
겨울이면 외국에 나가서 골프치며 건강 챙기는
팔자 좋은 영감으로 보일터이니
그리고
그게 사실이니
이런말 하는 것조차 많이 우습기는 하지만

7.
그래도
집이 꼭 40평이 아니어도
차가 꼭 k9이 아니어도
말 잘하지 못하고
글 잘 쓰지 못하고
유명하지 않아도
사는데 별로 지장 없다는 것과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재단은
섭섭하리만큼
당황스러우리만큼
여전하게 잘 돌아간다는 걸 배운다는 건
나름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8.
하여튼
이왕에 왔으니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해서
당화혈색소
6
점대로 다시 만들 생각만
집중하며 하다가
돌아가야겠다.
그냥
감사 뿐이다.


출처 : 삶과 신앙
글쓴이 : 스티그마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