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은사(콩트)소설, 콩트, 에새이, 칼럼
이신자 자매와 김동식 형제 부부는 새 신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교회의 새신자 공부에도 빠지지 않았으며 구역예배에도 충실하게 참석했으므로 신앙이 눈에 뜨이게 좋아졌다. 그런데 이 신자 자매의 고민은 다른 사람만큼 유창하게 기도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기도를 해도 5분 이상 할 내용이 없었고, 또 자기가 하는 기도는 무엇인가 어긋나서 하나님께 상달 될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기도를 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그녀의 기도제목이었다. 이것을 안 박 권사가 그녀를 기도원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간절히 기도하면 방언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기도원장의 간단한 말씀 증거가 끝나자 원장은 찬송가 280장을 부르자고 말했다. 모두 두 손을 들고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외면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 내 죄를 씻기 위하여 피 흘려주시니/ 곧 회개하는 맘으로 주 앞에 옵니다.… 3절까지 찬송이 끝나자 이제는 모두 손을 든 채 “주여!, 주여!, 주여!”하고 주여! 3창을 했다. 다음에는 통성 기도가 시작되었다. 이 자매는 이런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머리칼이 쭈뼛쭈뼛 일어서고 가슴이 마구 떨렸다. 이러다가 신들린 사람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도를 잘해보려고 마음먹고 온 것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아찔한 가운데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덩달아 소리를 내며 기도를 시작하였다. 그러는 중 자기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서 기도를 하고 있던 박 권사가 이 자매에게 자매는 방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하나님의 은사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 그녀는 방언 기도를 하게 되었다. 방언을 받자 곧 자신에게 변화가 왔다. 이상하게 기도할 때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시간만 나면 기도하고 싶어져 어떤 골방이든 찾아가 기도를 했다. 나를 위해, 남편을 위해, 친구를 위해, 교회를 위해,… 누군가가 자기에게 기도 부탁을 해주었으면 하고 안달이 났다. 하루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 교회의 철야 기도회에 나가면 안 될까? 금요일 밤인데 12시까지는 돌아올 수 있데.” 잠이 부족하여 괜찮겠느냐고 걱정했지만 김동식 집사는 허락하였다. 그런데 한 달 쯤 되자 이 자매는 자기가 건의해서 화요일 낮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기도회 모임을 갖자고 했는데 자기가 제안해서 만든 것이니 허락해 달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이 모임은 각 선교사들의 기도 제목, 또는 교인들의 기도 제목, 대학 진학할 학부모들의 기도 제목 등을 다 모아 응답을 받기까지 기도로 돕는 모임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하고?” 그녀는 탁아소 원장이었다. “하루 두 시간인데 직원에게 맡기지요 뭐. 그것은 나의 일이요 기도는 하나님의 일이잖아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라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당신에 맡긴 어린애들을 그렇게 버려두어도 되는 거요?” 남편은 뭔가 좀 불안해 졌다. 구역 인도를 하는 장로 내외처럼 교회에서 무슨 일이나 상담하고 싶고 든든한 의지가 되는, 그리고 평범하면서도 삶 전체가 하나님께 바쳐진 것 같은 그런 신자로 살 수 없을까하고 생각했다. 기도 모임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아내는 날마다 새벽 기도를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좀 잠을 덜 자기만 하면 새벽 기도 끝나고도 가정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싫은데. 화목하는 것이 제물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낫다고 하는 말씀도 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러나 나는 점차 당신이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성경을 묵상하는 시간도 없이 그렇게 바쁘게 살면 자기가 원하는 것만 간구하는 기도가 되지 않을까?” “나는 안타까워요. 당신이 정말 구원을 받으려면 기도해야 해요.” 이 신자 자매는 막무가내로 새벽 기도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 자매에게 몸의 피로가 쌓이는 것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탁아소 학생들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편도 사업에 의욕을 잃기 시작하였다. 남편과 만나는 시간과 대화하는 시간도 줄었다. 그러자 그녀는 더 하나님께 매달렸다. 자기 기도에 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도원에 가는 일이 더 많아졌다. 남편이 하루는 출근 시간을 늦추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여보. 나는 믿고 구원 얻은 사람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 지 알고 싶어. 교회가 요구하는 것을 다 하는 것, 그것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란 말이요? 내 육감은 우리가 믿지 않았을 때가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때?” 김동식 형제의 태도는 이번에는 진지하였다. 그러나 식탁에 마주 앉았던 아내는 잠을 못 이기고 고개를 꾸벅하며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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