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시인의 ‘옷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 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을 옷걸이에 빗댄
정채봉 시인의 비유입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옷걸이인 주제에 마치 옷 주인인 것처럼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살았던 때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저도 그러할 때가 많았습니다.
잠시 남의 옷을 걸치고 있는 주제에
마치 내 옷을 입은 것처럼 으스대던 때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도 그랬고 오래 전에도 그랬습니다.
지금 그 생각을 하면
얼마나 낯부끄러운지 모릅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직책도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명예도
언젠가 때가 되면 모두 벗어줘야 할 남의 옷인데
그것이 마치 영원한 내 것인 양 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마다 옷걸이에서
양복이나 와이셔츠를 벗겨낼 때마다
혼자 이런 다짐을 합니다.
나는 이 옷걸이와 같은 신세라고.
그러니 오늘도 낮추고 또 낮추고 또 낮추자고.
그리고 절대로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말자고.
지나고 나면 모두가 허망한 것이라고.
그러면서 옷걸이인 주제에
남에게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상처를 주었던 지난날에 대해
온 마음으로 후회를 하곤 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오늘도 겸손한 하루를 살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