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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법원의 부끄러운 민낯 [<두 얼굴의 법원>권석천 지음/창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9. 8. 21. 16:33

사법농단, 법원의 부끄러운 민낯

등록 :2019-08-16 06:01수정 :2019-08-16 20:27

 

두 얼굴의 법원?사법농단, 그 진실을 추적하다
권석천 지음/창비·18000


서너달 전 이탄희 전 판사가 권석천 <중앙일보> 기자와 인터뷰해 책을 낸다는 얘기가 법조계에 돌았다. 사법농단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 전 판사와 법조계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온 베테랑 법조기자의 만남에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번에 나온 <두 얼굴의 법원>에 이 전 판사는 저자가 아닌 인터뷰이로만 등장한다. 누구보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겠지만, 그는 철저하게 기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말을 한다. 심지어 이 전 판사의 약력도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직접 쓴 글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양승태 대법원(2011~2017)이 저지른 사법농단과 이후 김명수 대법원(2017~)이 사법농단 사건에 대처한 과정 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책은 세밀화와 추상화를 합쳐놓은 듯하다. 이 전 판사가 출세 코스인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을 받은 뒤, 행정처 고위 간부들과 만나 법원의 추한 비밀을 접하게 되는 과정이 영상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이 전 판사와 간부·동료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물론이고 이들이 회의 때 앉았던 자리 배열이나 이 전 판사가 고민하다가 지하철 하차역을 지나친 상황까지 나온다. 이 전 판사의 비상한 기억력 덕분이라고 한다.

사건의 맥락이나 의미 등 추상적 영역에 대한 해설도 풍부하다. 누구보다 강했던 판사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두 차례나 사표를 던져야 했던 이 전 판사의 실존적 고민과 오래 법조를 취재해 온 권 기자의 관찰자적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이런 해설이 너무 자주 등장하는 느낌도 있지만, 불편하게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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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5970.html#csidxfe8a2ab328ac945a09ba17b91687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