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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쇼가쿠칸과 ‘혐한’ 보도 / 김영희

성령충만땅에천국 2019. 9. 4. 17:32

[유레카] 쇼가쿠칸과 혐한보도 / 김영희

등록 :2019-09-03 16:40수정 :2019-09-03 19:27

 


일본의 쇼가쿠칸(小學館)은 특히 만화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겐 꽤 익숙한 이름이다. <주간 소년선데이>를 통해 <터치> <명탐정 코난> 등 인기작을 내놓으며 20세기 일본 만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슈에이사(集英社), 고단사(講談社)와 함께 3로 분류된다
 

1922년 소학생(초등학생)을 위한 학습잡지 출간으로 출발해 제국주의 시절엔 군국주의 교육용 아동잡지를 내기도 했다. 패전 뒤 일반 서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던 가운데 1969년 학습잡지에 실린 <도라에몽>이 대히트했다. 하지만 반전 메시지가 적잖은 <도라에몽>이나 2006년 일본과 남북한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재일동포 성악가 전월선씨의 작품을 논픽션대상에 선정한 출판사라는 이미지와 달리, 월간 <사피오> 등 발행 잡지들은 우익적 성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급기야 최근 발간된 <주간 포스트>한국 따위는 필요 없다!는 특집을 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혐한이 아니라 단한(한국과 끊는다는 뜻)이다” “성가신 이웃은 안녕이라는 자극적 문구와 함께 화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병리” “(한국의) 도쿄올림픽 보이콧으로 일본의 메달 수가 두자릿수 증가한다는 원색적인 이웃나라 비난 내용에 혐오보도라는 작가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잡지에 에세이 연재 중단을 선언한 작가, 쇼가쿠칸의 일을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힌 철학자가 있는가 하면 재일동포 유미리 작가는 일본에 사는 한국·조선국적 아이들, 한반도에 뿌리가 있는 일본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광고를 보고 어떻게 느낄지 상상해보지 못했는가라며 인종차별과 증오를 부채질하는 헤이트스피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인터넷에 우익적인 글을 쓰는 일본인들은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1%라는 조사도 있다.(오구마 에이지, <민주와 애국> 한국어판 서문) 문제는 이들이 불황의 출판사들엔 나름대로 수지 맞출 수 있는시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에서 여성들에 대한 일본군 위안부강제연행이 진행됐다고 밝혔던 이른바 요시다 증언관련 기사가 오보였다고 2014<아사히신문>이 인정한 이래 혐한·반한 콘텐츠는 노골화되며 급증했다.

<주간 포스트>는 비판이 쇄도하자 입장문을 냈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애매한 사과에 그쳤다. 3일 일본의 한 방송에 나와 잡지가 팔리지 않는 가운데 배외주의였던 넷우익적인 특집을 하면 나름대로 팔린다고 매달린다. 방송도 한국을 두들기면 무조건 먹힌다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 언론인 아오키 오사무(<일본회의의 정체><아베 삼대> 저자)의 지적은 일본 사회 혐한보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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