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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양도] 윤이형, 이상문학상에 항의해 “작가 활동 영구 중단”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4. 04:36

윤이형, 이상문학상에 항의해 “작가 활동 영구 중단”

등록 :2020-01-31 19:15수정 :2020-01-31 22:06

 

31일 오후 트위터 글에서 밝혀

“수치심과 자괴감 견딜 수 없었다
일하지 않는 게 작품 지키는 유일한 방법
문학사상사는 작가와 독자들에게 사과하라”

최은영, 장류진 등 동료작가들도 동조 트윗


소설가 윤이형이 활동 중단을 선언한 까닭으로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사실을 들었다. 아울러 작가 활동을 당분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히 중단”한다고 밝혔다.


윤이형 작가는 31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려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라며, 그러나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예정되었던 작가들이 수상 거부 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며 “수치심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고, 이제 더 이상 문학계에서 어떤 곳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활동 중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을 때 저작권 양도 등을 규정한 ‘대상 수락 및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우수상 수상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김금희 등의 문제 제기 뒤 문학사상에 메일을 보내 해명과 사과를 부탁했지만 “공식 입장을 준비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뒤, 지금은 출판사를 그만둔 직원과 통화한 결과 “문학사상사 회장”이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 양도를 규정한 문서를 강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이것은 올해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직원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작가는 “더 이상 제가 무엇에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부조리에, 범죄에, 권리 침해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며 “저는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할 수 없습니다. 일하지 않는 것이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그만둡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일을 해 오면서 문학계에 지뢰처럼 깔려 있는 이와 같은 수많은 문제와 부패와 부조리들을 한 명의 작가가 제대로 다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며 “이런 제도와 관행들을 만들어 놓은 것은 윗세대 문학인들인데 피해는 젊은 작가들만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이형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윤이형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이와 함께 윤 작가는 “문학사상사는 회장님 한 사람의 억압적인 명령에 따라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의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 그리고 이것이 직원의 실수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상처 받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상의 운영방식과 저작권 관련 방침을 개선해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약속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트위터에는 윤이형 작가의 글이 공개된 뒤 동료 작가들과 독자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담은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금희, 이기호와 함께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한 최은영은 “윤이형 작가님의 입장문을 읽고 한 사람의 동료 작가로서 안타까움과 슬픔, 분노를 피할 길이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저의 침묵이 윤이형 작가님의 고통에 한몫한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 하루였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작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다. 제가 분별없이 수상에 동의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올해의 수상 작가님들에게까지 피해가 갔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동료 작가로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윤이형 작가님과, 윤이형 작가님의 문학을 잃고 싶지 않다”고 썼다. 최은영 작가는 아울러 “문학사상은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한 사과를 하십시오. 그것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입니다”라는 말로 트윗 글을 마무리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장류진 작가 역시 “윤이형 작가님, 최은영 작가님, 김금희 작가님을 마음 다해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고 리트윗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트위터 이용자 @dada***은 “작가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장 큰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조차 너무 부당하고 슬프다”는 반응을 보였고, @forti**********는 “문학사상사는 이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을 텐가? 왜 작가들이 피해를 감당하고 고통받아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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