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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양도 조항] 이상문학상 사태, 윤이형 절필 이어 작가들 청탁 거부 운동으로 확산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4. 05:12

이상문학상 사태, 윤이형 절필 이어 작가들 청탁 거부 운동으로 확산

등록 :2020-02-02 12:51수정 :2020-02-03 02:34

 

권여선·황정은·정세랑·장류진 등 동참
시인 오은 이소연·과학자 이원영 등도
독자들은 문학사상 발행 도서 보이콧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윤이형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윤이형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 일부 우수상 수상 작가들의 수상 거부로 촉발된 이상문학상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 윤이형이 이 상과 출판사 문학사상을 비판하며 ‘작가활동 영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함정임·권여선·황정은·조해진·장류진 등 작가 수십 명이 ㈜문학사상의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으며 이에 동조하는 작가들도 계속 늘고 있다.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권여선은 1일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윤이형에 대한 지지 뜻을 밝히고 문학사상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윤이형 작가님의 글을 읽고 깊이 반성합니다. 이상문학상의 기 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이상문학상의 기형적 운영은 문학사상사의 독단적 운영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바닥부터 새롭게 바꿔 나가십시오”라고 주문했다.

소설가 황정은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윤이형 작가님의 피로와 절망에 그리고 절필에 책임을 느낍니다. 고통을 겪고 있을 수상자들에게 연대하고 싶습니다”라며 “문학사상사는 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더는 작가들에게 떠밀지 마시고 제대로 논의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함정임, 구병모, 조해진, 김이설, 배명훈, 기준영, 최은미, 정세랑, 천희란, 우다영, 장류진 등 소설가들과 오은, 이소연, 권창섭, 강혜빈, 차도하 등 시인들 역시 트위터 글에서 윤이형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특히 문인들은 트위터 말미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문학사상의 청탁을 비롯한 그 어떤 업무 요청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소설가 권여선과 황정은의 트위터 글 갈무리.
소설가 권여선과 황정은의 트위터 글 갈무리.


문학사상 업무 거부 움직임에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필자들도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학사상>에 ‘너무나 극단적인 극지 이야기’를 연재 중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도 1일 올린 트위터 글에서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하고 있던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비록 제가 소설이나 시를 쓰는 문인은 아니지만,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들이 겪고 계신 일들을 보고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에 동참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1일 저녁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항암(치료)을 하던 지옥 같던 시간, 24시간 침대에서도 토했던 시간들. 쓰러진 나를 기신기신 끌고 온 건 제주 만춘서점에서 오던 책들이었다. 세상과의 유일했던 끈. 내가 아직 숨이 붙어 있다는 유일한 증명. 최은영 윤이형 정세랑 박서련 김혼비… 왜 작가들을 괴롭히는가. 누가 윤이형을 앗아가는가”라고 썼다. 독자들 역시 #문학사상사_독자_보이콧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작가들의 뜻에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인들이 특정 잡지와 출판사의 청탁을 거부한다는 뜻을 집단으로 밝힌 것은 지난 2013년 말 월간 <현대문학>과 이 잡지를 발행하는 ㈜현대문학을 상대로 한 움직임에 이어 6년여 만이다. 당시 박정희 시대를 묘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현대문학이 서정인, 이제하, 정찬 등 작가들의 연재소설을 중단하거나 거부한 데 항의해 소설가 황정은과 평론가 신형철이 현대문학상을 반납하고 여러 작가가 <현대문학>의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집단 반발하자 <현대문학>은 사과 성명을 내고 편집주간과 편집위원들이 동반 사퇴한 바 있다.

김진숙 민주노동 지도위원의 트위터 글 갈무리.
김진숙 민주노동 지도위원의 트위터 글 갈무리.



이상문학상 사태는 올해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지난달 초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 양도 조항 등을 문제 삼으며 수상 거부를 선언하면서 촉발되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은 지난 28일 작가활동 중단 뜻을 밝혔다. 작가들의 문학사상 청탁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자 윤이형은 2일 오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연대해 주신 모든 분과 동료 작가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저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작가들의 이러한 움직임 그리고 한 달 가까이 미뤄진 올해 수상작 발표 일정 등과 관련해 문학사상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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