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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기소 쿠데타 vs 아빠 찬스 / 박준용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6. 03:55

[한겨레 프리즘] 기소 쿠데타 vs 아빠 찬스 / 박준용

등록 :2020-02-04 18:17수정 :2020-02-05 13:42



 

박준용 ㅣ 법조팀 기자

“(검찰의 기소는)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입니다. (중략) 조국 전 장관의 아들은 법무법인 ○○에서 인턴 활동을 했습니다. 갑자기 이루어진 일도 아니고, 불법적인 일도 전혀 아닙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입장을 내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대학원 입시용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일에 대해서다.

꺼져가던 ‘조국 대전’의 불씨는 지난 한달간 ‘아들 인턴’ 논란이 지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지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았고, 이를 대학원 입시에 썼다고 봤다. 그래서 대학원에 대한 ‘업무방해’를 조 전 장관 부부의 혐의에 넣었다.

곧 그 ‘지인’이 최 비서관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검찰은 최 비서관도 ‘공모자’로 판단해 기소했다. 최 비서관의 반발은 거셌다.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로 인턴을 했고,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 승인을 미루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 비서관 기소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를 “날치기 기소”라고 지적하는 등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까지 몰고 왔다.

‘검찰권을 남용한 무리한 기소.’ 최 비서관의 말을 충실히 따라가보자.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대면조사 없이 허위 인턴 확인서 발급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일은 이례적이다. 법정에서 수사의 허점이 드러난다면 검찰은 ‘표적 수사’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 비서관의 주장은 개운치 않다.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로 인턴을 했고, 불법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모든 게 괜찮은 걸까. 최 비서관과 검찰, 양쪽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 세가지를 짚어보면 의문이 깊어진다.

첫째, 조 전 장관의 아들은 서울대 로스쿨 교수 출신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던 시절, 아버지와 절친한 유명 법조인 최 비서관(당시 변호사) 명의로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둘째, 확인서는 ‘대학원(특히 로스쿨) 입시 활용’ 용도로 쓰였다. 셋째, 확인서를 발급한 법조인은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서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비서관이 된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법무법인 인턴은 어쩌면 ‘한줄 스펙’에 불과할지 모른다. 실제 입시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학부모가 인턴 활동이나 확인서를 쉽게 부탁할 유명 법조인 지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입시생들은 공부할 시간을 쪼개 ‘한줄 스펙’을 위해 뛴다. 조 전 장관 부부와 최 비서관은 로스쿨 교수 또는 민정수석 아들이 ‘아빠 찬스’로 한발짝 앞서가는 상황을 묵인했다. 도움을 받은 이가 민정수석이었고, ‘확인서 발급’ 이후 최 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로 간 일도 분명 설명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최 비서관과 조 전 장관 쪽은 검찰에 대한 비판만 되풀이할 뿐 공직자로서 오해받을 일을 한 대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최 비서관과 조 전 장관에게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에 대해 질문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먼지털기식 수사’가 문제라는 입장에서는 인턴 확인서의 적절성을 따지는 게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국가기관과 공무원의 기강을 확립하는 민정수석과 공직기강비서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턴 문제는 어쩌면 이 사건의 또 다른 본질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친한 이들끼리 자녀 스펙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 인턴을 부탁하는 일이 꽤 흔하다고 한다. 최 비서관은 친분 관계에 의한 선의의 도움이 불법으로 돌아와 상당히 억울했을 수 있다. 그래서 ‘갑자기 이루어진 일’도 아니고, ‘불법적인 일’도 전혀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확실히 짚고 넘어갈 대목은 있다. 다수 시민은 적어도 청와대 요직 인사가 ‘아빠 찬스’를 쓰며 상부상조하는 모습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