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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3. 30. 05:40

 

 

 

 

 

 

 

 

나는 자연인이다

 

 

 

 

 

 

저희 집에는 아들이 6형제나 있는데 그 중에 저는 다섯째 아들입니다.

 

장남인 큰형께서는 지금 미국에 계시고 둘째형은 여수에 사십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둘째 형이 장남처럼 일찍 중동의 사막에 나가 돈을 벌어서 어린 동생들을 가르치고 키워주셨습니다.

 

그렇다 보니 동생들에게는 이 분이 아버지와 같은 분입니다.

 

그런데 이 형이 지금 여수 서시장에서 형수님과 함께 '소문난 칼국수'라는 작은 분식집을 하고 있습니다. 테이블은 3개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집이 대한민국에서 팥죽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죽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둘째 형수님도 참 고마운 분입니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어린 시동생들 챙겨 가며 억척같이 집안을 지켜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생들은 어떤 경우에도 형님과 형수님의 말씀을 거역을 하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동생들에게 부모님 같은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씩씩하게 동생들과 집안을 지켜주셨기 때문에 우리들이 이만큼이나마 사람노릇을 하고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분만 생각하면 늘 고맙다는 생각만 드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둘째 형은 요즘 TV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에 아주 심취해 있습니다. 그래서 둘째 형의 꿈은 나이들면 조용한 섬에 가서 '나는 자연인이다' 주인공들처럼 살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며칠 전에도 형이 그 말을 하자 형수님이 옆에서 대뜸 받았습니다.

 

“나는 못 강께 제발 당신 혼자 가서 잘 사씨요.”

 

 

 

 

 

 

 

 

 

 

 

우리 형제들은 두 분의 그 대화를 들을 때마다 늘 옆에서 키득키득 웃습니다. 형은 지금의 혼잡한 도시가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곳이 하필이면 왜 섬이냐고 물으면

형은 반드시 ‘섬’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섬이면 좋고 깊은 산골짜기도 괜찮다고 합니다.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서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 동생들은 지금이라도 미리 땅부터 사서 자리를 잡으시라고 재촉합니다.

 

나중에 동생들이 놀러간다고.ㅋ

 

혼잡한 도시를 떠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우리 형뿐이겠습니까.

그런데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으니 그에 대한 갈망이 깊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뭔가를 하고 싶을 때는 하고, 하기 싫을 때는 안 하고, 우리 형처럼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는 진짜로 떠나버리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영웅이 이 시대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 형의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ㅋㅋㅋ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