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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왜 하필 그녀는 간호사가 된 것일까 / 김윤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8. 02:20

[왜냐면] 왜 하필 그녀는 간호사가 된 것일까 / 김윤수

등록 :2020-04-06 18:01수정 :2020-04-07 02:39

 

김윤수 ㅣ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연구위원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및 중증 확진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장기간의 전염병 사투에 피로를 호소하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감염병 전쟁 상황이 끝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무기력하고 우울하지만 그 사이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의료진들의 미담이 전해지고 있으며 특히 간호사들의 방역용 마스크와 고글로 인한 붉은 자국과 상처 사진들은 가슴 한편을 싸하게 하는 미안함을 갖게 한다.

 

연예인 유재석이 대구에서 고군분투 중인 한 간호사와 인터뷰 중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자원한 간호사였는데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했다. “국가적인 위기가 오면 제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 국민이 같은 마음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가족에게는 “잘 지내고 있다고만 전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답답하지만 일상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명예와 국민들의 칭송은 남겠지만 예전처럼 돌아가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과 마주칠 것이다.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에 비해 부족한 급여, 암과 비슷한 위험성이 있다는 밤 근무, 서비스 감정노동의 고단함, 일이 익숙해질 만하면 그만두는 동료의 공백 등으로 쉽게 소진될 것이다. 희생과 소명만을 강요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꽃다운 젊은 간호사는 세상을 등지고 남은 이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었다. 선임들은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사명이라는 명분으로 조금은 과하고 혹독하게 가르치려 했을 것이며, 후임들은 이를 ‘태움’이라는 불합리한 회초리로 받아들이며 상처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담당 환자 수가 합리적이었더라면, 근무환경과 조직 시스템이 효율적이었더라면 그 질책과 회초리는 서로를, 그리고 결국 환자를 위한 것이었음을 말이다.

 

4월7일은 국제연합이 제정한 ‘세계보건의 날’(World Health Day)이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핵심 보건과제를 선정하여 기념한다. 우리나라도 국민 보건의식을 향상시키고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의 숨은 일꾼들인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우리 사회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돌봄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엄마, 할머니가 숙명적으로 해주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하찮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경험해본다면 돌봄은 많은 인내와 정성, 또 전문적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대학 졸업 뒤 간호사로 일하면서 동기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우리는 간호사를 정말 원해서 간호학과를 선택한 걸까, 아니면 간호대학에 들어와서 변한 걸까.” 얌전하고 수줍었던 학생들은 우리네 엄마가 했던 모습처럼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오지랖을 떨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민망해하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인식을 바꾸자고 얘기하고 싶다. 힘들다고 하면 귀를 기울여서 듣고, 문제가 있으면 바꿀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도 코로나19 감염 병상에서, 지역사회 돌봄 현장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돌봄 인력에 대한 처우를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자부심을 갖고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원한다.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병상이나 가정에 머무르게 되었을 때, 자신의 직업에 진심으로 만족하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환한 웃음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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