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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청와대, 검찰, 그리고 감찰 / 김태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15. 03:59

[한겨레 프리즘] 청와대, 검찰, 그리고 감찰 / 김태규

등록 :2020-04-14 18:16수정 :2020-04-15 02:39

 

김태규 ㅣ 법조팀장

 

나는 수사받는 피의자 쪽에 “협조 안 하면 가족들까지 고초를 겪게 될 것”이라고 을러대며 취재해본 적이 없다. “검찰과 협의할 수 있고 자리 깔아줄 수 있다”며 취재원을 홀린 적도 없다. <문화방송> 보도로 알려진 <채널에이(A)> 기자의 취재 방식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 방송 보도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이 자신에게 한 말이라며 “언론에서 때려봐. 당연히 반응이 오고 수사도 도움이 되고 이거는 당연히 해야 되는 거고 양쪽(검찰과 언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녹취록을 읽어줬다. 채널에이 기자가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씨 쪽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 ‘작전 공유’가 있었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해당 검사장은 “신라젠 수사를 담당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기자와 그런 대화 자체를 나눈 적이 없고, 따라서 녹취가 존재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도 해당 검사장의 육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기자가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의 이름을 팔아 ‘장사’를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진상을 규명하려면 해당 검사장 주장대로 △기자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그런 녹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 된다. 채널에이 기자가 해당 검사장과의 대화를 녹음했다고 주장했으니 녹취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기자 쪽을 겨냥한 강제수사가 효과적이긴 하다. 그러나 언론 보도로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렸고 법무부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으니 대검에서도 당사자 해명을 듣고 끝낼 일은 아니었다. 대검 감찰본부 조사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지만, 윤 총장은 감찰본부장의 문자메시지를 통한 ‘감찰 개시’를 반려한 데 이어 검사의 직접적인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대검 인권부에 이 사건 조사를 맡겼다. 감찰 전 단계의 사전조사를 대검 기획조정부가 진행하던 전례에도 어긋나는 지시였다. 왜 그랬을까. 한 전직 검사장은 “윤 총장에게 해당 검사장은 ‘자기 사람’이고 자기 때문에 인사 불이익도 받았다고 생각하니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것 말고는 평소의 ‘정면돌파 스타일’과 다른 윤 총장의 이번 선택을 설명할 방법이 딱히 없어 보인다.검찰 주변에선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그동안 미뤄뒀던 여러 중요 수사가 총선이 끝나면 일제히 터져 나올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다음달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4년차에 접어든다. 정권 말기인데다 청와대 감찰 실패가 드러나는 등 좋지 않은 징후도 존재한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됐지만 사표를 내는 선에서 사건이 덮였다. 그러나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사건은 다시 살아났고 검찰은 유 전 국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민정수석 당시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을 받게 됐다. 조 전 장관은 직권남용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사후적으로 볼 때, 민정수석으로서 정무적 판단에 미흡함도 있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감찰 무마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에선 “피아를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내 편은 봐줘야 한다는, 전형적인 진영 논리다. 내부감찰 실패로 외부(검찰)의 손을 탈 수밖에 없는, 원치 않았던 결과가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무엇이 옳으냐가 아니라,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는 세상이 돼버렸다.”나라 걱정이 많은 한 지인이 최근에 한 말이다. 총선 뒤 본격 개시될 검찰의 수사가, 이에 대한 응전이, 편을 갈라 주먹질하는 패싸움이 되지 않길 바란다. 누구 편이냐 따지지 말고 무엇이 옳은 건지, 사람은 지우고 사건만으로 판단하면 좋겠다. 그래도 싸워서 이기고 싶다면 내부 단속부터 제대로 하고 링 위에 올라오라. “한솥밥 먹는 식구”라며 내 편은 봐주고, 남의 편만 가혹하게 패는 건 ‘정의’가 아니다.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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