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미성년 성범죄는 계획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무겁게 처벌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24. 03:23

미성년 성범죄는 계획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무겁게 처벌

등록 :2020-04-23 20:08수정 :2020-04-24 02:41

 

법정 형량 대폭 강화
성착취물 제작 공소시효 없애
미, 소지만 해도 10년이하 징역형
한국은 1년…실제 형량은 더 낮아

잠입수사 허용·신상공개 확대
마약수사처럼 신분위장 수사 가능
중대범죄는 피의자 신상 적극 공개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영상 공유방인 ‘엔(n)번방’을 ‘갓갓’에게 물려받아 운영한 닉네임 ‘켈리’ 신아무개(32)씨의 항소심 재판이 열리기로 되어 있던 22일 ‘디지털성폭력대응 강원미투행동연대’ 회원들이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신씨 사건을 항소하지 않은 무능 검찰과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안일한 사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신씨는 항소심을 앞둔 지난 17일 항소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함에 따라 1심 형량인 징역 1년이 그대로 확정됐다. 춘천/연합뉴스

정부가 23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은 처벌을 무겁게 하고 신상공개 범위를 대폭 넓혀 범죄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착취물 제작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을 설정하는 등 법정 형량을 대폭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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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기존 법정형은 범죄의 중대성에 견줘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 처벌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미국에선 소지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죄의 법정형이 우리는 징역 1년에 불과하다. 지난 3월 텔레그램 엔(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는 신아무개(32∙닉네임 켈리)씨가 지난 17일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는데, 신씨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판매한 성착취물만 2590개에 이른다.법정형보다 실제 구형과 선고 형량은 더 낮은 경우도 많다. 엔번방의 시초로 알려진 ‘갓갓’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성착취물 제작을 의뢰하고, 10대를 상대로 170개 성착취물을 제작한 30대 남성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성착취물 제작은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정형이 검찰 구형이나 법원 판결 선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가운데)이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하연 경찰청 차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노실장, 수화통역, 김희경 여가부 차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또 미성년자 강간 등 성범죄를 단순히 모의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예비·음모죄’가 신설된다.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계획만 하더라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예비·음모죄는 그동안 살인, 내란 등 중대범죄에만 적용했다.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대폭 확대된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사안이 중대한 범죄는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또 종전에는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경우 신상공개 대상을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했지만,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형사처벌만으로는 성범죄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디지털 성착취물 유통이 갈수록 은밀하게 이뤄져 수사기관이 적발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잠입수사도 허용하기로 했다.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인터넷 사이트 등에 가입해 사이트 운영자를 적발할 수 있게 됐다. 잠입수사는 마약수사 등에 활용되고 있는 수사 기법이다. 잠입수사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즉시 시행한 다음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는 추후에 마련하기로 했다.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 20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판사들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형량의 가이드라인)’을 높일 것을 대법원에 권고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초안을 확정한 뒤 1개월 정도의 의견 조회를 거쳐 6월 중 공청회를 개최할 방침이다.조윤영 장예지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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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1801.html?_fr=mt2#csidxfa864bbb6d0332094f9fa76c8fc678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