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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족쇄’ 풀다 만 헌재 결정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24. 03:47

[사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족쇄’ 풀다 만 헌재 결정

등록 :2020-04-23 20:12수정 :2020-04-24 02:44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이날 헌재는 교사들의 정치단체 활동 금지는 위헌이지만 정당 활동 금지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초·중·고교 교사들의 정치단체 활동을 금지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23일 헌법재판소 결정은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옥죄던 족쇄를 일부나마 풀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교사들의 정당 활동을 여전히 금지의 영역에 가둬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교사들이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 가운데 ‘그 밖의 정치단체’라는 부분이 모호하고 과도한 규제로 교사들의 정치적 표현·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구성원의 모든 사회적 활동은 ‘정치’와 관련”돼 있고 “‘정치단체’와 ‘비정치단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도 도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치단체’ 활동을 금지하면 교사들 개인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사회적 관심사에 대해 교사들이 의견을 표명했다가 정치적 활동이라는 이유로 탄압받은 사례가 여럿이다. 헌재가 밝힌 대로 ‘정치적 중립성’은 “다원적인 해석이 가능한 추상적인 개념”인데 이를 악용해 교사들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눌러왔던 셈이다. 교사들이 사회적 발언과 활동을 하다 처벌되는 비정상이 더 되풀이돼선 안 된다.

 

헌재 결정문은 “교원이 사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게 되면 직무 수행에 있어서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논리적 혹은 경험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논리의 맥락을 따라가면, 교사들의 정당 활동도 허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하지만 헌재는 “교육의 중립성 확보”라는 기존의 논리로 돌아가 정당 활동 금지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정치단체 활동 금지는 위헌이라는 진일보한 논리가 더 폭넓게 관철되지 못했다.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 금지도 역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공직 수행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므로 시민으로서 수행하는 정치 활동까지 금지해선 안 된다는 인권 원칙을 표명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도 같은 취지로 우리 정부에 법 개정을 권고해왔다. 기본권 수호를 소임으로 하는 헌재가 아직도 인권 원칙과 국제기준에 뒤처져 있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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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41804.html?_fr=mt0#csidxd11e4fb49263a9bb80c108eefbe286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