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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형 화재 재발 방지, ‘뼈저린 반성’으론 부족하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5. 1. 20:49

[사설] 대형 화재 재발 방지, ‘뼈저린 반성’으론 부족하다

등록 :2020-04-30 18:52수정 :2020-05-01 02:41

 

경제성에 밀려 또 소중한 생명 희생
되풀이되는 사고에도 교훈 못 얻어
철저히 조사해 책임 엄중히 물어야

 

30일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8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천 물류센터 공사 현장 화재 참사는, 40명이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판박이다. 사고 원인, 피해 상황, 공사 업체의 안전 규정 위반 등 여러 면에서 너무나 유사하다. 2008년 사고에서 교훈을 얻고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 시행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관계장관회의에서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가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다시는 이번과 같은 대형 화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 처방이 절실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방당국의 조사 내용을 보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화재 위험이 큰 건물에서 우레탄폼을 주입하는 작업을 하다가 불꽃이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은 가격이 싸 물류창고 등을 지을 때 단열재로 많이 사용되지만, 연소가 빠르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화재 발생 때 ‘화약고’가 된다. 비용만을 따져 인화성이 강한 단열재를 쓸 수 있게 한 것이 참사 반복의 원인이라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축 자재의 안전성과 관련한 특단의 조처가 나와야 한다. 국민 생명이 더는 경제성에 밀려 희생되어선 안 된다.

 

공사 업체의 안전 법규 위반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천만다행으로 사고 현장을 빠져나온 노동자들은 “작업 전에 안전교육이나 피난 경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화재 예방과 피난 교육을 하도록 돼 있는데 지키지 않은 것이다. 또 공사 업체가 제출한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를 심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화재 위험성을 판단하고 지난 1년 동안 6차례나 개선을 요구했으나 어물쩍 넘어갔다.

 

수원지검이 검사 1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25명 규모의 수사팀을 각각 편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화재 원인과 공사 업체의 관련 법규 및 안전 규칙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공사 업체에 벌금 2천만원을 물린 2008년 냉동창고 화재 때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앞으로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명 피해를 유발한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도 뒤따를 필요가 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산업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힘없는 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보상과 배상, 부상자 치료와 지원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우리 정부 들어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했는데 왜 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관련 제도와 법규를 보완하고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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