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빛과 소금] 새로운 삶의 방법론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5. 4. 04:12

[빛과 소금] 새로운 삶의 방법론

전정희 뉴콘텐츠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입력 : 2020-05-02 04:03

 

 

 

 

 

 


“이곳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대됨에 따라 모든 학교 및 교회에 휴교령과 종교집회 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20여 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아침 큐티와 기도회 모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마스크와 손세정제, 알코올 등을 급한 대로 준비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현지 사역자 한 명이 이곳 선교센터에 왔을 때 고열이 심해 이 나라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대기 순서가 100번이 넘으니 연락하면 방문하라고 했답니다.”

최근 아시아 A국에 나가 있는 선교단체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해당국의 열악한 의료 형편과 미숙한 정부 대응에도 헌신하는 선교사들의 노고가 절절히 배어 있었습니다. 그 현지 고열 사역자는 할 수 없이 동네 병원에 갔는데 흔한 뎅기열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는 겁니다. 그곳에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으려면 300달러가 듭니다. 현지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지 사역자는 동네 병원 진단만 믿고 자신의 몸에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으니 한국 사역자들과 함께 미션 프로젝트를 수행하려고 했지요. 그 사역자의 기침 소리는 계속 들리고 같이 근무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은 더운물과 비타민을 줘가며 별일 없기만을 바란다고 합니다. 본국으로의 철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전언입니다. 그곳은 문맹률이 높아 사회적 거리 유지나 예방과 소독이란 개념이 쉽게 적용되질 않습니다. 현지민 대개가 코로나19에 신경도 안 쓴다는 거죠.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자국인 감염 현황에 대해 쉬쉬한 채 “외국인이 문제”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호소입니다.

지난달 24일 무렵. 미국 애틀랜타 둘루스의 한인방송국 주차장에 교포와 현지민 일부가 몰려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인 교포들에게 생필품을 나누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찾은 이들의 차량이 줄을 이었죠. 교포 외국 친구를 둔 현지민들은 자국 정부가 주지 않는 생필품을 덩달아 받게 됐습니다. 교포 사회 리더 등이 중심이 돼 생필품이 든 ‘사랑의 녹색 바구니’를 전달한 겁니다.

독일에선 교포들이 서로서로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과 나눈다는 소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들과 같이 서투른 실력으로 100개를 만들었습니다”란 글도 올라왔습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에선 동포에게 격려 편지와 함께 마스크를 나눠주었죠. 해외 공관들 대개가 그러할 것입니다.

전남 보성군의 군수는 “교회 주일 예배가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협조해 주신 것에 우리가 모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각 교회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기독교가 핍박과 고난을 통해 성장해 왔듯 코로나19라는 역경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가길 바란다”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참으로 한국 교회는 지도자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일예배 성수’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유흥업소는 단속하지 않고 왜 예배를 못 드리게 하느냐”는 식의 항변은 실로 낯뜨겁습니다. ‘사랑의 녹색 바구니’를 모은 미국 교포사회 리더, 자녀와 일주일간 마스크 100개를 만들어 제공한 독일 교포 가족, 교회의 어려움도 헤아리겠다는 보성군수 등의 마음에는 사랑이 거하고 있습니다. 아주 상식적인 일이죠.

선교지 A국과 같은 나라의 국민에게 한국 교인들이 일주일에 100개씩 마스크를 만들어 컨테이너에 실어 제공한다고 우리 국민이 뭐라 하겠습니까. 흩어져 예배를 보는 성도들의 분출하는 사랑을 엮어내지 못한 지도자 없는 한국 교회입니다. 지금의 한국 교계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시대의 열망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한말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법론이었습니다. 기독교에 열광한 이유죠. 한국 기독교는 새로운 삶의 방법론을 제시해야 합니다.

전정희 뉴콘텐츠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hjeo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5339&code=11171419&sid1=col&sid2=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