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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자신에 대한 무지로부터…소설이 나를 응시하게 해요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5. 10. 14:51

혐오는 자신에 대한 무지로부터…소설이 나를 응시하게 해요

등록 :2020-05-09 17:38수정 :2020-05-09 17:40

 

[토요판] 은유의 연결
소설가 김혜진

성소수자, 노숙인, 재개발 등 다루며
권력에서 비켜난 존재들의 일, 사랑,
소외, 혐오, 차별 써 내려간 소설가

졸업·생계노동·습작으로 채운 이십대
매일매일이 불안했던 시기를 통과한
새내기 소설가가 이른 곳은 ‘광장’

발언권 없는 인물들 조심스레 복원
“뭉뚱그려 소외 계층이라기보다는
가까이서 접한 한 개인에 대해 쓸 뿐
그들과 제가 멀다고 생각하지 않아”

“인물과의 거리를 좁게 만들어서
평가를 하기보다 그들을 둘러싼
내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

“소설 읽기로 더 나은 사람 못 돼도
더 나쁜 사람은 되지 않을 수도”

 

소설가 김혜진씨가 서울 효창동의 한 카페에서 ‘은유의 연결’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른을 목전에 둔 그가 배달원이 주인공인 ‘치킨 런’으로 동아일보사 신춘문예(2012)에 당선했을 때 엄마가 물었다. “너 배달까지 했니?” 그것 빼고는 다 했다. 피자집·레스토랑·도서관·물류창고를 오갔고 과외, 교정교열, 영화 엑스트라를 해가며, 글을 썼다. 소설가가 되기도 어려웠지만 소설가로 살기도 난망했다. 매해 등단 작가가 100명이 넘는다. 지면, 고료, 독자가 없는 글을 계속, 써야 했다. 생활비를 벌던 논술학원에서 잘리고는 공모전을 노리고 글만, 썼다. 절실함을 끌어모아 쓴 소설 <중앙역>이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2014)을 수상했다. 전업작가의 길이 기적처럼 열렸다. 상금이 1억원이었다.소설가 김혜진의 존재를 널리 알린 작품 <딸에 대하여>(2017)는 레즈비언 딸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중년 여성이, <9번의 일>(2019)은 통신회사에서 26년간 일하다가 자신을 잃어가는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다. <중앙역>에는 노숙인이 등장한다. 최근 펴낸 <불과 나의 자서전>은 재개발을 둘러싼 내면의 감정을 다뤘다. 한편 한편 연결하니 그만의 별자리가 또렷하다. 권력에서 비켜난 존재들의 일, 사랑, 소외, 혐오, 차별의 이야기. 그는 왜 ‘이런 소설’을 쓰는 걸까. ‘이런 세상’에서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곡물들의 잠을 깨운다는 봄비가 내리던 날(4월1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노숙인들 가까이서 보고 소설로

 

―<불과 나의 자서전> 제목에서 불이 뭘 뜻해요?“불이 옮겨붙으면 잘 꺼지지 않고 점점 번져가잖아요.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어떤 차별, 계급 안에서 느끼는 불안, 배척,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어요.”―소설에서처럼 작가님도 주거로 인한 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요?“제가 ‘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인데, 그땐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 아이들을 키우는 제 또래 친구들 이야기는 놀라웠죠. 친구가 엄청 빚을 내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갔다는 거예요. 아이가 입학 전에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한다고. 아이한테 학교 배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 구조 문제로 생각을 확장해 보는 편인가요?“결혼하지 말아야겠다(웃음) 생각하죠.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만연한 문제라는 걸 알게 돼요. 개발이 일어날 때 한 개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써보고 싶었어요.”엄마가 부를 때까지 밖에서 놀았던 꼬마 혜진은 중학생이 되면서 책을 가까이했다. <태백산맥> <혼불> <토지> 같은 대하소설을 탐독했다. 읽던 책을 책상에 올려놓으면 선생님들이 “와, 이런 걸 읽니!” 칭찬하셨다. 독서는 폼 나는 일이었다. 대학은 국문과로 갔다. 시민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취재도 나갔다. 스물이 지날 즈음 소설가의 꿈이 선명해졌다. 그가 본 소설책들 저자 소개에는 그 대학 이름이 자주 보였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에 서울예대 문창과에 들어갔다. 두번의 입학과 졸업, 그리고 생계 노동과 습작으로 이십대를 온전히 채웠다. “매일매일이 굉장히 불안했”던 시기를 통과한 새내기 소설가가 이른 곳은 광장이었다.―장편 <중앙역>이 노숙인들의 사랑 이야기인데, 어떻게 쓰게 됐어요?“친구가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저보고 소설이 안 써지면 와서 봉사활동을 해보래요. 친구 따라 여름밤에 몇번 가다 보니까 거기에 익숙해졌어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배경이 서울역이 됐어요.”―노숙인분들에게 다가가는 게 어려웠을 거 같아요.“저도 약간의 무서움을 가지고 갔죠. 노숙인이라고 하면 길에 널브러져 있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런 분들은 굉장히 소수고 서울역을 중심으로 자활근로를 하면서 건강하게 일어서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실제로 독립을 해서 서울역 근처의 센터에서 일하기도 해요.”―가까이서 보고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깨진 게 있다면요?“제 친구가 가면 선생님들이 좋아하셨어요. 자기 이야기를 막 해요. 왜 여기 계시냐고 여쭤봤더니 어제 왔다고, 일하러 돼지농장으로 갔는데 너무 외롭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여기 오면 친구들도 있으니까 자기가 견딜 수 없어서 다시 왔다는 거예요. 그분들에게는 서울역이란 공간이 가까운 사람들이 많은 고향 같은 거죠.”“가족도 법도 복지도 아닌 그들을 온전히 받아주는 유일한 공간”인 광장을 배경으로 “우연을 운명으로 만드는” 사랑이라는 사건을 통해 “서사의 세계에서 발언권을 부여받아 본 적이 없”는 인물을 세계-내-존재로 조심스레 복원시킨 이 젊은 소설가를 평단은 주목했다. 박혜진 문학평론가 겸 편집자는 자신이 “편집자가 된 이래 행했던 모든 제안 중에서 가장 쓸 만한 선택”으로 김혜진에게 경장편을 제안한 일을 꼽았다. 그렇게 태어난 소설이 <딸에 대하여>다. 현재까지 6만부가량 팔렸고 일본, 베트남, 대만, 체코, 영국, 프랑스 등에 국외 판권이 판매됐다. 2018년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일은 사람의 고유성 훼손시켜

 

―<딸에 대하여>는 2016년에 서촌(서울 종로구)에 살면서 우연히 퀴어퍼레이드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어요. 살면서 본 게 다 글이 되지는 않는데.“그때 마감이 급했고요.(웃음) 그 무렵에 여성영화제에서 관련 영화를 보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나이가 많은 여성이 1인칭 화자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왜요? 딸 나이에 가깝잖아요. 젊은 여자 시점이 더 쉬웠을 텐데.“저는 좀 나이 많은 분들이랑 있는 게 즐겁고 편해요. 그분들이 계속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시잖아요. 제가 30대로서 부모세대를 좀 이해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동성애에 중점을 둔 소설이라기보다는 그것을 경유해 나이 많은 사람이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썼어요.”―현실에선 나이 든 분들이 잘 안 변해요. 특히 선거철만 되면 동성애 찬반을 묻는, 질문 자체가 폭력이 되는 말들이 공중파에서 오가고요. 그런 분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그들에게 혐오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제도나 법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설득한다는 생각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달까요?”2019년에 그가 펴낸 소설 <9번의 일>을 읽다 보면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가 연상된다. 바틀비가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를 반복하며 일손을 놓고 제자리에서 버텼다면 <9번의 일> 주인공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라는 자세로 임하다가 변두리로 내몰린다. 바틀비는 ‘안 함’으로써 시스템을 교란하고 스스로 소멸해갔지만 9번 남자는 닥치는 대로 ‘함’으로써 자신을 망가뜨리고 세계에서 고립되는 인물이다. 이런 대사를 남긴다. “나는 이 회사 직원이고 회사가 시키면 합니다. 뭐든 해요. 그게 잘못됐습니까?”―한국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 성실한 게 능력이고 미덕이에요. 소설에서는 성실함이 점점 파국을 초래하는데요.“사람들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죠. 착하다, 성실하다. 또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가치도 있어요. 나쁘다, 게으르다. 그게 양가적인 거 같아요. 항상 선하거나 항상 악하지 않다는 거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일이란 것 자체가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의 고유성을 훼손시키면서 완성이 된다고 생각해요.”―작가님은 소설가로 일하면서 무엇이 훼손된 거 같아요?“건강이 안 좋아진 것 같고요.(웃음) 앉아 있어야 하고, 소설은 혼자 하는 일이니까 피폐해진달까요.”―<9번의 일> 보면서 ‘할 일’보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게 살면서 중요하다 싶었어요. 하지 않는 일의 기준이 있나요?“내가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설 쓰는 일 말고 리뷰, 산문 등 다른 장르의 글들이나 소설 심사를 제안받았을 때, 자신 없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해요. 해봐야 늘고 자신을 틀에 가두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걸 하는 게 너무 힘들고, 그걸 하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점점 못 하게 되는 상황도 생기는데 그 정도를 유지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9번의 일> 후반부는 밀양 송전탑 싸움이 떠올라요.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하는 쪽이 아니라 사쪽에서 동원된 노동자 입장에서 상황을 보게 되고요.“밀양 이슈를 쓰려는 생각은 아니었고, 염두에 두긴 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선악을 나눌 때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이 될까. 그 안에 들어가면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김혜진 작가는 ‘아이가 좋은 학교를 배정받도록 하기 위해 많은 빚을 내 아파트 단지로 이사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재개발 문제를 다룬 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을 썼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 4월17일 서울 효창동.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주거문제·성소수자 나와 멀지 않다

 

등단 8년차, 30대 여성 소설가 김혜진의 작품은 동시대 경향에서 조금은 비켜난 느낌을 준다. 젠더 이슈보다 노동 문제에 기울고, 문체는 화려하기보다 건조하다. 제목도 담박하다. 인물들은 판단하기보다 살아간다. 이 요소들의 총합인 그의 소설은 독자를 위로하기보다 망연하게 한다. 세계와 자신을 낯설게 보게 하는 것이다.―작가님은 감각적인 글을 쓰는 동년배 작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거 같아요.“그게 트렌디하지 않다, 올드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왜 그럴까요?(웃음)” ―타고난 걸까요? 십대부터 막 대하소설 읽고.(웃음) 습작 시절에도 올드했어요?“그때는 만담풍의 소설을 쓴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썼던 소설을 발견했는데. 그게 너무 부끄러운데요, 그때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꽂혀서요. 에프티에이(FTA)가 되면 한우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이 인물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한우를 찾아다니는 이야기예요. 그 소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와, 너무 웃겨요. 등단작인 단편 ‘치킨 런’도 슬프지만 경쾌했어요.“평소에는 되게 엉뚱하고 친구들한테도 웃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소설은 왜 이런지 잘 모르겠어요.”―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나요?“소설이 너무 무겁고 지루한 거? 그렇기 때문에 얻어지는 다른 요소들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예전에 공부할 때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글이라는 건 결국 유전자다. 처음에 어떻게 쓰든, 다르게 쓰려고 해도 결국에는 자기의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그 말에 깊이 공감해요.”―주로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요?“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왜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쓰느냐고. 너무 부끄러워요. 사실 제가 소설을 쓸 때 가까이서 접했던 한 개인에 대해 쓰는 건데, 뭉뚱그려서 소외된 계층이라고 하니까 뭐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랑 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울역에도 가보면, 사람들은 노숙인이 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해요. 성소수자도 주변에 되게 많잖아요, 자기들이 몰라서 그렇죠.”―노숙인, 성소수자 등을 등장인물로 쓸 당시에는 작가님이 당사자성을 갖고 쓴 건 아니잖아요.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세요?“인물에 가까이 서 있는 것. 그 인물과 거리를 아주 좁게 만들어서 평가나 판단을 하기보다는 이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 가능한 한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해요.”―그간 성폭력, 저작권 침해 같은 문단 내에 큰 이슈가 많았죠. 여성 작가들에 의해 폭로됐고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느끼세요?“이런 문제들이 있기 전에는 부끄럽지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뭔가를 결정하는 자리에 남성들이 많다는 생각은 하죠. 이번에 이상문학상 저작권 침해 조항은 처음 알았는데 되게 충격적이었어요.”―삶과 글의 일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편인가요?“그런 게 일치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인간에 대한 끝없는 회의!(웃음)“자기 안에서 모순되는 부분들이 충돌하는 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소설 쓰기가 나의 모순, 불화적인 부분들을 보는 일 같아요.”―예를 들면요?“대구가 되게 보수적이잖아요. 저는 부모님이랑 정치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내가 생각했던 진보에서도 속물적인 것들을 보게 되고. 예전에 끊임없이 나를 선한 쪽에 두고 피해자 쪽에 뒀다면 아,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구나. 내 안의 자기모순을 확인하게 된달까요.”

 

소설 쓰기는 자기모순 보는 일

 

―소설가는 사람을 다루는 사람인데, 작가님이 가진 사람에 대한 상이 있나요?“저는 인간은 나약하다고 생각해요. 사랑, 신념, 어떤 가치를 지켜내는 것은 강해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부터도 그러기에는 너무 허약하고요.”―인간의 나약함, 양면성을 소설로 보여주면서 작가님이 지키고 싶었던 게 뭘까요?“항상 선하고 옳은 쪽으로 사는 건 힘들고 불편하지만, 어쨌든 그쪽에 가까이 있으려고 노력하는 일.”―소설을 읽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더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지 않을까요.”―가령 <불과 나의 자서전>을 읽은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혐오와 배제의 감정을 알게 되면 뭐가 달라질 수 있죠?“적어도 자신이 무해한 사람이거나 선한 사람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자기도 어느 정도 혐의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영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작품 중에 ‘무지(ignorance)라는 액체가 든 플라스크를 두려움(fear)이라는 불로 데우면 혐오(hate)라는 액체가 추출되어 시험관 안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이 있다. 작은 동네에서도 이편과 저편으로 나누어 두개의 평행우주를 구축해나가려는 인간 세상의 축도를 그려낸 김혜진 작가는 혐오의 불씨가 애초에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연원하는 게 아닌지 묻고 있다. 선한 얼굴을 한 사람의 내면에도 조용히 똬리를 틀고 있는 그것. “이쪽과 저쪽, 안과 밖의 경계를 세우고, 악착같이 그 경계를 넘어서게 만들던 불안을. 못 본 척하고, 물러서게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게 하는 두려움을” 보게 한다. 소설을 통한 자기 응시. 이는 ‘왜 문학인가’라는 근본 물음에 대한 그의 답변이기도 하다.“사실 활자를 읽는 건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죠. 같은 이야기라도 영상으로 보면 정말 재밌는데 활자로 읽을 때 어떤 이점이 있을까. 그래도 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는 문학이라는 장르가 최적화되어 있지 않을까요.”녹취 홍혜원

김혜진을 만든 시간들. 한겨레 자료사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은유: 글 쓰는 사람. 글쓰기 수업도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다가오는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을 펴냈다. 2005년부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해왔다. 성폭력 피해 여성, 국가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산재 노동자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기록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은유의 연결’은 4주에 1번 연재

 

연재[토요판] 은유의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