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려서부터 저는 저보다 일찍 주무신 어머니를 빈 적이 없고, 저보다 늦게 일어난 어머니를 뵌 적이 없습니다. 어느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와 비슷한 마을로 시집온 어머니는 식구들의 아침을 지으면서도 그 사이에 수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텃밭의 풀을 메고 장독대를 청소하고 집안 곳곳을 쓸고 닦은 다음에야 자식들의 아침 밥상을 차리셨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있어야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그 많은 일을 해내신 울 엄마를 생각합니다.
울 어머니의 평소 지론은 “죽을 만큼 위험한 일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 아니면, 뭐든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울 어머니의 말씀은 정말 잘 지키며 살았거든요.
그 덕분에 제가 세상의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저의 형제들이 어렸을 적에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 있습니다.
“느그들은 느그 엄마가 쌓은 덕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거다.”
그때는 밥을 빌어먹는 거지들이 많은 시절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밥 때가 되면 바가지 하나씩을 들고 집집마다 밥을 동냥하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초라한 행세의 거지가 아침 일찍 대문 안으로 들어왔는데 철없던 제가 작대기를 들고 대문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제 등짝을 후려치면서 “벌 받을 짓 하지 말라”시며 그 거지를 대문 안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저는 남에게 못할 짓을 하면 그때 어머니께서 사정없이 후려친 저의 등짝이 먼저 생각납니다.
저의 어머니가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 아이들이 남에게 못된 짓을 하면 저 역시도 “벌 받을 짓 하지 말라”며 아이들의 등짝을 후려칩니다.
50년 전에 어머니가 후려친 저의 등짝이 아직도 시큰거리는 것처럼, 저의 아이들도 제가 후려친 등짝을 평생 동안 기억할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어머님을 떠나보내고 벌써 36년이나 지났는데 말입니다...
박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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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은
김영완 작가님이 담아온
봄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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