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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받은 생선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5. 13. 09:03

 

 

 

 

 

 

 

 

고등교육 받은 생선

 

 

 

 

 

 

 

 

어제 저녁 반찬으로 고등어자반이 식탁위에 올라왔습니다. 아내와 그 고등어를 먹으면서 “옛날에 말이야...”하면서 저의 어렸을 적 얘기를 꺼냈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구워먹고 지져먹는 반찬의 절반은 고등어가 담당했습니다.

 

그때는 고등어가 아주 저렴해서 국민 반찬이었거든요. 고등어는 묵은 김치와 함께 끓인 조림도 맛있었지만 그보다는 연탄 화덕에 올려서 석쇠로 자글자글 구운 고등어가 최고였습니다.

 

빨간 불꽃이 올라오는 연탄 화덕위에 석쇠를 올려서 고등어를 지글지글 구운 뒤에 빨간 고추장으로 적당히 화장을 시킨 다음 살짝만 더 구우면 온 동네가 고등어 냄새로 진동을 했습니다.

 

연탄 화덕 위에 고등어를 올려놓으면 잠시 후에 검푸른 껍질이 볼록볼록 부풀어 오르면서 자글자글 소리가 납니다. 자글자글 나는 소리는 고기가 익었으니 뒤집으라는 신호입니다. 그렇게 고등어가 구워지면 살점에 고추장을 사르르 바르지요.

 

 

 

 

 

 

 

 

 


 

그렇게 구워진 고등어가 밥상위에 오르면 다른 반찬이 전혀 필요치 않았습니다. 맛있는 것에 늘 굶주렸던 우리 형제들의 젓가락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형제들이 싸우지 않도록 적당한 크기로 나눠서 각자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많이 묵어라. 고등어는 고등교육을 받은 생선이라 이것을 많이 묵어야 머리가 좋아진단다.”

 

냄새로 기억되는 것들 중의 최고는 어머니가 연탄 화덕에서 구워주시던 고등어구이 냄새가 단연 최고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기진 시절에 고등교육을 받은 생선을 맘껏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몹시도 그리운 날입니다.

 

그 시절이 배는 고팠어도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때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으니까요. 세월이 변해서 이제는 연탄 화덕도 없고 전자레인지에 구운 고등어가 입에 착 달라붙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세월 탓이겠지요.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