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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칼럼] 생활방역과 도시 생활공간의 재편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5. 12. 06:50

[최병두 칼럼] 생활방역과 도시 생활공간의 재편

등록 :2020-05-10 17:26수정 :2020-05-11 14:18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대도시의 규모와 집적이 오히려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것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대도시들은 탈세계화와 더불어 인구와 산업들이 분산되는 역도시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병두 ㅣ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생활방역’으로 바뀌었다. 생활수칙 준수를 전제로 각종 행사와 모임이 가능해졌다. 박물관, 미술관이 다시 문을 열었고, 스포츠 경기도 재개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학생들도 순차적으로 등교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갇혀 있었던 몸과 마음에 다소 숨통이 트이면서, 생활공간에 활기가 돌게 되었다.정부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규범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취지의 생활방역은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뉴노멀’(새로운 정상)에 관한 전망과 실천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여기서 문뜩 의문이 생긴다. 생활 속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가 과연 ‘새로운 사회규범과 문화’이며 ‘뉴노멀’인가?

 

물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유행을 막기 위해 생활수칙의 준수는 필수적이다. 이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검증한 실질적 대책이다. 그러나 생활방역이 일상화되고, 새로운 사회규범과 문화가 되려면, 이를 위한 사회공간적 조건이 충족되고, 그 부작용은 해소되어야 한다. 특히 대도시의 생활공간은 이의 실천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인들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생활공간의 재편을 위한 제도적 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요인으로 도시의 협소한 생활공간을 꼽을 수 있다. 서울 시민은 1인당 주거면적이 30.1㎡로 런던, 파리, 도쿄보다도 약간 적고, 공동주택이 단독주택보다 훨씬 많아서 더 밀착된 생활을 한다. 특히 상당수의 가구는 쪽방이나 고시원처럼 최소 주거면적(1인 가구 14㎡)에 못 미치는 공간에서 살아간다. 주거면적이 코로나19 확산을 좌우하는 절대 기준은 아닐지라도, 좁은 주거공간은 전염병 전파를 촉진하고, 생활방역의 실천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도시 빈곤가구의 주거공간 개선책이 긴요하다.

 

도시의 업무 공간과 공적 공간에 대한 재점검과 규제도 제도화되어야 한다. 신천지 교회와 의료·요양시설들, 콜센터 등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들은 단순한 생활수칙의 준수가 아니라 제도적 규제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종교시설에서의 밀착 활동에 대한 억제책이 강구되어야 하고, 집단의료시설과 콜센터, 여타 유흥음식점 등 서비스 업체들의 공간 편성의 규제도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대중교통 공간이나 통행과 집회 등으로 혼잡한 거리나 광장 등 공적 공간들의 여건들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생활방역의 부작용이나 역효과에 대한 검토와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 거리두기의 일상화는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을 부추기는 한편, 공동체적 실천 방안의 모색을 어렵게 한다. 특히 도시의 빈곤·고령 가구, 이주민 가구 등은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정보와 수단의 확보나 생활방역의 실천에 취약하다. 이들에 대한 지역 공동체의 안전망 재구축이 주요하다.

 

생활방역의 부작용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도시봉쇄로 공기 질이 개선되고 야생동물들이 거리에 출몰했다는 보도는 지금이라도 도시활동이 절제되면 환경위기가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면접촉을 줄이기 위한 자동차 이용이나 비닐장갑, 식품용기 등 1회용품 사용 증가는 환경 실천에 역행한다. 이번 사태가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서 촉발되었음을 명심하면서, 생활방역과 새로운 생활양식은 자연환경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공간적 이동통제와 관리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강제적 이동통제나 도시봉쇄 없이 이번 사태를 일단 이겨냈다는 점에서 세계적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파악과 정보 공개, 자가격리 이탈자의 감시와 통제 등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는가는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의 통제모형이 민주적이라고 하지만, 시민사회가 사전에 동의하거나 참여한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끝으로 대도시 경제체계의 변화와 더불어 도시의 규모와 입지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상실과 소득·소비의 감소로 도시경제는 저성장 기조를 굳히게 되었고, 세계화 과정에서 추동된 도시 성장동력도 유지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대도시의 규모와 집적이 오히려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것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대도시들은 탈세계화와 더불어 인구와 산업들이 분산되는 역도시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토공간정책은 대도시 중심의 분극화를 탈피하고 지방 중소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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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최병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