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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외교현안 비화가 실시간 공개된 셈”…난처해진 트럼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6. 24. 03:01

“세계 외교현안 비화가 실시간 공개된 셈”…난처해진 트럼프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입력 : 2020.06.23 20:47 수정 : 2020.06.23 22:34

 

볼턴 회고록 출간…미국 정가·외교가 ‘뜨거운 감자’로

 

 

백악관, 회고록 415곳 수정·삭제 요구…한반도 내용만 110곳
내부 난맥·민감 사안 전후 사정 기술…관련국들은 예의주시
미 행정부, 내용 확인 요청한 기자 전화 차단 등 수습에 ‘골치’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의 회고록 내용 중 415곳에 대한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질된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하지만 북핵 문제, 미·중관계, 방위비 협상 등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에 대한 민감한 부분들도 적잖게 담겼다는 평가가 많다.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되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외교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난처한 입장에 처하고 있다.

백악관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났던 방> 출간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570쪽에 달하는 책 내용 중 415곳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첨부 서류를 제출했다. 한반도 관련 내용이 담긴 두 개의 장에 대해서만 110곳의 수정·삭제를 요청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돼 있는 부분에 “내 추측에는”이라는 표현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초강경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기술한 내용은 미국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표현을 추가하도록 했다.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관련국들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측에 회고록이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며 백악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방위비로 8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것을 비롯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비화 등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일본을 ‘조현병 환자’에 빗댄 사실도 드러났다.

회고록에는 중국·이란·러시아·북한·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경쟁하거나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물론 동맹·우방국과의 협상 막후 사정이 기술돼 있다. 백악관이 책 출판 봉쇄를 시도하고 수정·삭제를 요구한 것에는 기밀 공개에 따른 외교적 마찰과 협상력 저하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고록 출간을 하루 앞둔 22일 트위터에 볼턴 전 보좌관을 “또라이” “무능한 거짓말쟁이”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볼턴 전 보좌관은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고용한 사람이야말로 해고돼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

 

미 행정부는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의 확인을 요청하는 언론들의 질문에 진땀을 빼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날 미국 주재 중국 언론사 4곳을 ‘외국사절단’으로 지정한다는 전화 언론 브리핑을 하던 도중 한 기자가 볼턴 전 보좌관 책에 관한 질문을 하자 대변인이 나서서 브리핑 주제와 맞지 않다면서 해당 기자의 전화 회선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0~25년 뒤에나 공개되어야 할 내용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된 셈”이라며 “미국 정부로선 파장 수습에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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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32047025&code=970201#csidx293b690fa69ab31a105620feaed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