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왜냐면] 세가지 관념의 포로 윤석열 그리고 장래 / 신평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6. 25. 03:42

[왜냐면] 세가지 관념의 포로 윤석열 그리고 장래 / 신평

등록 :2020-06-24 18:14수정 :2020-06-25 02:07

 

신평 ㅣ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변호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이어,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싸고 심한 파열음이 들려온다.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사건 배당을 두고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립하였다. 여당의 설훈 최고위원 등은 노골적으로 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반면 야당 쪽에서는 윤 총장의 대선 후보 영입설이 한번씩 흘러나온다.

 

사실 윤 총장은 현 정국의 구도를 뒤흔들 폭파의 뇌관 역할을 해온 지 오래다. 그리고 앞으로 그 폭발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단순한 찬반 의견은 있어왔어도 그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우선 그가 어떠한 기초적 사고의 틀 속에서 지금까지 지내왔는가를 파악해야 그의 행동을 직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향후 취할 모습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그가 세가지 관념에 지배당하는, 그 관념들의 포로라고 본다.

 

첫째, 그는 신화의 포로다. 한국의 법조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신화가 자리잡아왔다. 우리의 사법 절차는 지극히 공정하며, 그 운용의 주체들은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도덕적, 지적 수준을 갖춘 초인(超人)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의 현상과 맞지 않는 것으로 특수한 이념적 가공이 들어간, 이데올로기나 신화의 영역에 속한다. 극소수를 선발하던 사법시험 합격의 지난(至難)함, 천년간 이어진 과거제도의 전통과도 결합되어, 그들은 유난한 선민의식으로 권한 행사 시 외부의 간섭을 배격한다.

 

그러나 법원에도 검찰에도 부패 현상이 있어왔고, 권력의 남용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사법 무결점주의’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신화의 나무 밑에서, 얼마나 많은 오판 혹은 의도된 부정의 ‘독버섯’들이 창궐해왔는지 모른다.

 

윤 총장이 공무원들을 향하여 어떤 잘못을 저지를지 모르는 인간들로 무시하는, 엘리트 검사들의 범주에 속해 있다는 세평, 그리고 ‘검찰 독립’을 유난히 강조하는 점은 그 역시 이 가당찮은 신화의 포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둘째, 그는 연고주의의 포로다. 한국처럼 인종적, 문화적으로 단일한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개인 간의 관계를 다른 일반적 원칙에 앞서서 중시하는 연고주의가 만연하기 마련이다.

 

연고주의의 병폐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 건전한 기풍들을 좀먹는다. ‘전관예우’도 그 한 예이나 사실은 이것보다도 훨씬 폐해가 심한 ‘관선변호’의 문제도 있다.

 

윤 총장은 한국 검찰사 전체를 보더라도, 독특하달 정도로 조직 내에서 자기 사람을 챙겼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역대 검찰총장 중에서 이렇게 처신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같은 강력한 파당의 형성은 바로 그가 연고주의의 포로이며, 이를 가장 잘 이용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그는 야심의 포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짧은 취임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24번이나 쓰고, 헌법 정신을 유난히 강조하였다. 자신이 마치 국가지도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내러티브였다. 역대 어느 검찰총장도 이런 취임사를 읽은 이는 없다.

 

그가 이 세가지 관념의 포로가 되어 지배당한다는 관점에 서서 그의 행동을 바라보자. 지금까지 그가 관련된 사건들이 좀 더 뚜렷하게 잘 이해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의 장래 모습은 아마 틀림없이, 이 세가지 관념이 제시하는 행동반경 내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그 관념들에서 과감히 벗어난다고 하면, 그는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훌륭한 검찰총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이슈검찰 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