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겉과 속이 다른’ 다주택 고위 공직자, 이번엔 떠나야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2. 17:29

‘겉과 속이 다른’ 다주택 고위 공직자, 이번엔 떠나야

등록 :2020-07-12 10:52수정 :2020-07-12 13:43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31
1993년 김영삼 정부 공직자 재산 공개 파동
국회의장·대법원장 고위 공직자 무더기 숙청
“국민은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 믿지 않아”
부동산 잡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정부 불신’
’기득권 세력’ 그냥 놔두면 신뢰 회복 불가능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7월 10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조사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7%로 6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부정 평가는 44%로 상승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설 것입니다.이유가 뭘까요? 부정 평가자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응답이 25%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 11%, ‘북한 관계’ 9%에 비해 훨씬 높았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치명적 약점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최근 정부의 6·17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상승한 것이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정부가 불신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조롱당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다급해진 정부는 부랴부랴 7월 10일 보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종부세율을 현재의 두배가량인 6%까지 올리는 등 다주택자 세금을 대폭 올리고, 실수요자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효과가 있을까요? 만약 이번에도 시장이 거꾸로 반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경실련은 7·10 보완 대책에 대해 “개인 주택만 징벌 과세하겠다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으로는 집값 안정 어렵다”는 암울한 논평을 내놓았습니다.경실련의 대안은 아파트 등 주택 공급 구조와 시중 유동성 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기업 땅장사를 중단하고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재벌과 대기업 등 법인의 토지, 일반 건축물(빌딩) 등 종부세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부동산 정책에 대해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처방일 테니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정책’이 아니라 ‘정치’에서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부동산에 대한 시중의 여론은 거칠게 표현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은 기득권층이다 . 대개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 자신이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부모나 형제 ·자매가 강남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 따라서 정부가 강남 아파트값을 실제로 떨어뜨리는 정책을 절대로 수립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정부가 아파트값을 떨어뜨리는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국회에서 입법되지 않을 것이다 . 국회의원들도 서울에 비싼 아파트를 가진 기득권층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앞으로 서울의 아파트값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이런 가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사실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다수가 이를 사실로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 다수가 정부 고위층과 국회의원들을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는 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아파트값 폭등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이를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도권에 두 채 이상 주택을 가진 비서관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권고한 것이 지난해 12월입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거주 목적 외 주택 처분 서약을 요구한 것도 지난해 12월입니다.문제는 ‘실천’입니다. 노영민 실장은 최근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남겨두고 청주 집만 처분하려다가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들의 주택 처분 서약도 선거가 끝난 뒤 흐지부지된 상태입니다. 이러니 누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하겠습니까?경실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집요하게 하고 있습니다.경실련은 7월 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주택처분 서약 불이행 규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서약서도 공개 못 하는 ‘총선용 보여주기식’ 서약에 대해 사과하라”, “다주택 국회의원들 처분 서약서를 즉각 공개하고 이행하라”, “민주당 소속 선출·임명직 공직자들은 실수요 외 주택·부동산을 모두 처분하라”는 내용입니다.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청와대 고위 공직자와 여당 등 국회의원들이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 공직자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로소득과 특혜를 누리는 현실에서는 국민을 위한 주택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 문재인 정부의 3년 동안 지속된 집값 폭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총선기획단이 총선을 앞두고 시행한 ‘보여주기식 ’ 주택처분 권고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 지금이라도 당 소속 다주택 국회의원들의 실거주 외 주택 보유 실태를 조사하기 바란다 . 또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들의 주택처분 서약서를 공개하고 즉각 이행하기 바란다 .”

뼈를 때리는 듯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다급해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7월 8일 코로나 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부동산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6월 19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고위 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금방 지나갈 상황이 아니다 .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인데 사실 그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다 .국민께서 무엇을 요구하시든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 이 점을 공감하고 각자 입장에서 최선의 정책을 준비하고 대비해주기를 특별히 당부한다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 공직자 주택 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달라 .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입니다. 부동산 때문에 두들겨 맞을 대로 다 두들겨 맞은 다음에 나온 처방이기 때문입니다.저는 최근 부동산 사태를 지켜보며 1993년 김영삼 정부 공직자 재산 공개 파동을 떠올렸습니다.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 뒤 정부 고위 공직자와 민자당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통령 지시로, 나중에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부와 국회의 고위 공직자들이 재산을 공개했습니다.그 결과 상당수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의 부정축재 의혹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박준규 국회의장, 김재순 전 국회의장, 유학성 김문기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했고, 정동호 의원은 민자당에서 제명됐습니다.정성진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해 차관급 5명, 청와대 비서관들도 재산 과다나 투기 의혹으로 공직을 사퇴했습니다. 판사들이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그 책임을 지고 김덕주 대법원장까지 사퇴했습니다.“돈과 명예를 함께 가질 수 없다”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벌써 27년 전의 일입니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 한겨레 자료 사진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가진 것 자체를 죄악시할 수 없습니다. 또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고위 공직자들을 여론 재판으로 몰아내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지금은 비상시국입니다.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 공직자들과 국회에서 입법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기득권층으로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뭔가 좀 과감한 조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영삼 정부의 공직자 재산 공개 파동과 같은 파격적인 조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공직자 재산 공개 파동이 한창이던 1993년 4월 9일 김영삼 대통령이 민자당 제3차 상무위원회에서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민자당 총재였습니다.

 

재산공개 결과 일부 의원이 당을 떠나게 됐습니다 .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 그러나 이 아픔은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아픔입니다 .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진통인 것입니다 . 새 생명을 얻기 위한 수술의 아픔입니다 .지난날 왜 우리 정당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습니까 , 이번 재산공개에서 그 이유가 분명히 밝혀졌습니다 . 국민은 겉과 속이 다른 정당과 정치인을 믿지 않습니다 .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을 믿지 않습니다 . 저는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 우리 헌정사에서 집권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 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봅니다 .지난날의 집권당은 권위주의 권력의 시녀였을 뿐입니다 .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도구였을 뿐입니다 . 그 소속원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권당을 방패로 삼았습니다 . 집권당이 민심을 모으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국민이 외면하는 집권당은 역사의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습니다 . 이 시대는 새로운 정당 , 새로운 정치를 요구합니다 . 우리 당은 진정한 국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 자생 정당으로 국민 속에 뿌리를 박아야 합니다 .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통한의 눈물로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재산공개와 관련해서 진정으로 참회하는 사람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 우리의 도덕적 불감증은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 이래 가지고 우리 당이 과연 개혁의 구심력이 될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 참회의 눈물 없이 국민에게 고통의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 당은 진정 뉘우치는 눈물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

 

어떻습니까? 김영삼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지 않습니까?물론 김영삼 대통령은 민자당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국정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해서 1997년 외환위기를 자초했습니다.하지만 “국민은 겉과 속이 다른 정당과 정치인,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말은 우리가 두고두고 새겨야 하지 않을까요?

 

경실련은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정부에 이런 요구를 했습니다.

 

1. 다주택자 고위 공직자를 전수 조사해서 실태를 밝혀라 .2. 투기 의심 고위 공직자는 국토 ·부동산 업무에서 배제하라 .3. 7월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부터 부동산 재산을 실거래가 (시세 )로 신고하게 하라 .4. 재산 은닉을 위한 고지 거부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챙겨서 방지하라 .

 

정부는 경실련의 요구 사항을 100% 수용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부동산을 많이 가진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을 아예 공직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을 잡지 못하는 근본 이유가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국회에 서식하는 기득권 세력을 그냥 두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제가 너무 과격한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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