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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시장의 공과 냉철히 짚고 사회변화 끌어내야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3. 04:42

[사설] 박 시장의 공과 냉철히 짚고 사회변화 끌어내야

등록 :2020-07-12 18:18수정 :2020-07-13 02:40

 

1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고인에 대한 애도와 비판이 교차하며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와 고인에 대한 인격모독도 분별없이 자행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2차 가해 행위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신상을 노출시키거나 음모론·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비방·명예훼손을 하는 모든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경찰도 엄중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여성은 비서로 고용하지 말자”는 극단적 주장을 펴는 것도 책임을 고소인에게 전가하는 비뚤어진 시각이다. 다른 한편에선 장례식장과 사망 장소 인근에서 생방송까지 하며 망자를 조롱하는 비인간적 행태도 벌어졌다. 박 시장의 죽음이 던진 충격과 안타까움이 복잡한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최소한 법과 상식에 반하는 극단적 언행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갈등을 푸는 정치의 역할이 절실한데, 일부의 신중치 못한 언행은 우려스럽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을 묻는 기자에게 막말을 한 것이나, 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이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꺼내든 것은 부적절하다.고인을 추모하는 이나 비난하는 이나 각각의 경험과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

 

서울시청 앞 조문 행렬에는 장애인활동보조인, 마을공동체 활동가 등 박 시장의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운동과 서울시정을 통해 박 시장이 실현해온 가치와 이상에 공감하면서 그를 기리는 이들에게 다른 악의가 있을 수 없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과 공감하면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주장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구조적 문제를 살피는 일은 인권과 성평등을 옹호해온 박 시장의 정신과도 맞닿는다.

 

문제는 상충하지 않는 두 태도를 이분법적 선택으로 몰아가는 경향이다. 추모를 곧 고소인에 대한 가해로, 고소인과의 연대를 곧 추모의 부정으로 연결짓는 단순 논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백해무익한 일이다.이런 혼란은 갑작스러운 사태로 생각과 감정의 결을 헤아릴 경황이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제 엄숙하게 장례를 마무리한 뒤 박 시장의 삶과 죽음이 남긴 과제를 냉철하게 풀어가는 게 순리다. 공적을 이어가고 허물을 바로잡는 두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한 발 더 전진시키는 것이 사회혁신가이자 한 인간이었던 ‘박원순’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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