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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입니다"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6. 03:22

"그들이 우리입니다"

 

 

 

 

 

 

 

요즘 한두 시간의 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서 이동합니다. 걷는 것이 이제는 생활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뚤레뚤레 주변의 소소한 풍경을 살피곤 하는데 길가에 있는 가게 안을 들여다볼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눈에 띄게 늘어난 현상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유리에 ‘임대’라는 문구가 적힌 가게가 부쩍 늘었다는 사실과 가게 문은 열려 있어도 손님이 없어서 멍하니 앉아있는 주인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식당도 마찬가지고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는 가게가 태반입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렸을 때 물속에 들어가서 누가 숨을 더 오래 참나 내기를 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물 밖으로 나오지 않기 위해 끝까지 숨을 참다가 물 밖으로 먼저 나온 놈이 지는 게임인데, 지금 자영업자들의 심정이 그 심정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니까요.

 

제 생각에는 앞으로 자영업자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품의 판매 가격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원재료 값의 상승, 늘어난 인건비, 인터넷쇼핑의 확대 등 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은 갈수록 안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요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악영향까지 겹치다 보니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업종이든 마음 편한 사람들보다 무거운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일감이 없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인들도 마찬가지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가 힘들어 죽겠다고 해서 뭐가 그리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공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가 심하다고 했습니다.

 

데리고 있는 직원들이 있고 회사의 운영비라도 충당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안 할 수는 없고, 공사를 하자니 남는 것이 없어서 앞으로 이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고 대책을 마련해 주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만약에 노동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면 정부가 나서고 정치계가 나서고 힘이 있는 노동부가 나서서 어떻게든 해결을 했을 것인데 자신들은 어느 한 곳도 나서주는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홍수가 나면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독감이 유행하면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나 노약자들이 가장 먼저 독감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야 호경기든 불경기든 먹고 사는 것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영세기업이나 작은 가게에 온 가족의 생계를 걸고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디 그렇습니까. 이것이 우리가 이 분들의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정치는 날마다 싸움질입니다. 참으로 대책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언제 기분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어딘가에서 작은 희망의 목소리라도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더 정성스럽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바로 우리인데 말입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