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 선거운동의 자유 넓힌 대법원의 ‘이재명 무죄 판결’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7. 06:18

[사설] 선거운동의 자유 넓힌 대법원의 ‘이재명 무죄 판결’

등록 :2020-07-16 18:45수정 :2020-07-17 11:44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공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고, 사실상 정치활동을 그만둬야 하는 위기를 벗어났다. 이번 판결은 한 정치인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민주주의와 선거, 표현의 자유 등 중요한 헌법 원리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판의 쟁점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친형을 불법적으로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였다. 원심은 비록 합법적인 절차이지만 형의 정신병 진단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데 이를 말하지 않은 것은 유죄라고 봤으나,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불법 의혹을 부인한 것일 뿐이라는 이 지사 쪽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제한된 시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토론회의 성격을 지적하면서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국민주권 원리를 강조하고 선거 결과에 대한 과도한 사법적 개입을 경계했다. 대법원은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발언 하나하나의 불법성을 사후적으로 따지기보다 이를 받아들인 ‘유권자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대법원 논리는 상식에도 부합한다. 대법원은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수사권 개입이 초래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검찰과 법원의 결정으로 선거 결과를 바꾸는 경우는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선거를 통해 형성된 국민 의사에 따라 권력을 창출하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

 

외국에서도 선거 과정의 허위사실 공표 처벌은 신중히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의 선거법 처벌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강한 처벌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과 선택적 기소의 위험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같은 맥락에서 민주주의 원리를 확장한 의미가 있다. 주권자의 책임과 권한을 한층 높은 차원에 올려놓은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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