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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구타요? 즐겁게 운동하면 성적이 더 좋은걸요”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9. 04:51

“웬 구타요? 즐겁게 운동하면 성적이 더 좋은걸요”

등록 :2020-07-18 21:24수정 :2020-07-18 21:38

 

[토요판] 김종철의 여기
‘즐거운 육상부’ 김은경 서울 염창초 코치

스포츠 폭력 왜?
“쟤는 한번 맞으면 잘할 텐데라는
낡은 생각 뿌리 깊이 남아 있어”
“운동성적 올리기 위한 강압
때린다고 성적 잘 나오지 않아”

염창초 육상부는?
“피구 등 각종 놀이 끼워넣어
운동이 즐겁도록 도왔더니
운동성적은 서울에서 상위권
반장 배출 등 학업성적도 우수”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하니까 운동 성적이 더 잘 나와요.” 서울 강서구 염창초등학교에서 육상부를 지도하는 김은경 코치가 지난 10일 오전 학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스포츠에서는 늘 1등만 돋보인다. 그러기에 자기만족을 위해서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건 그 자리를 향한 선수들의 경쟁은 뜨겁다. 스포츠 등수는 금전적인 보상과도 직결되기에 경쟁은 더 치열하다. 경쟁을 유도하는 다른 자극은 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르다. 경기장 뒤편에서는 각종 폭력행위 등 인권유린이 난무한다. 지도자가 선수를 구타하고, 선배가 후배에게 가혹행위를 한다. 그때마다 ‘너 잘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지난 6월 경주시청팀의 트라이애슬론(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연속으로 하는 철인3종 경기의 일종) 최숙현(22) 선수가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한국 스포츠가 얼마나 고질적인 폭력의 굴레 속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오랫동안 감독과 팀닥터, 선배 등으로부터 구타와 욕설 등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스포츠인들이 가혹행위 근절을 약속하는데도 스포츠 폭력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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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내면화 보여준 영화 <4등>

 

스포츠 인권을 다룬 영화인 <4등>(정지우 감독, 2016년)은 한국 스포츠 폭력의 뿌리를 잘 보여준다. 아이들 수영 지도를 직업으로 하는 김광수는 국가대표 시절 훈련에 며칠 불참했다가 감독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다. 항상 4등만 하는 초등학생 준호의 개인 코치를 맡게 된 김광수는 아이가 훈련을 힘들어하자, 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린 뒤 “하기 싫지? 도망가고 싶고. 그때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며 ‘이게 다 너를 위해서’라는 식으로 말한다. 다음번 구타 때는 “네가 열심히 안 하니까 내가 몽둥이 든 거지. 내 말 틀렸나?”라며 자신의 폭력 행사가 정당하다고 아이에게 주입한다.준호가 대회에서 거의 1등에 가까운 2등을 한 날 저녁에 아빠가 엉덩이의 시퍼런 멍을 발견하자, 아이는 “내가 정신을 안 차리고 하니까 그렇게 된 거야. (훈련 때는) 집중해야 돼”라고 코치의 폭력을 오히려 감싼다. ‘너를 위해서’라는 코치의 말이 어느새 준호의 것이 됐다. 그런 준호는 어느 날 자신의 물안경을 욕조에서 갖고 논 동생 기호를 엎드려뻗쳐 시키고는 “맞을 짓을 했으니까 5대만 맞자”며 동생의 엉덩이를 몽둥이로 친다. 코치의 폭력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최숙현 선수의 비극을 보면서 초등학교 운동부의 지도자를 찾았던 까닭은 희망을 보고 싶어서였다. 서울 염창초등학교 육상부의 김은경(50·이하 호칭 생략) 코치는 “훌륭하고 실력도 뛰어난 체육인들이 많다”면서 처음엔 인터뷰를 사양했다. 간곡히 취지를 설명한 끝에 지난 10일 오전과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초(교장 이부열)에서 그를 두차례 만날 수 있었다.

“요즘은 아이들이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운동을 잠시 쉬게 해요. 그러면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김은경 염창초 육상부 코치가 지난 10일 염창초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최숙현 선수 사건에 대해 스포츠인으로서 느낌은 남달랐을 것 같아요.

 

“그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싶어 마음이 아팠죠.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처지에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끝까지 살아서 이겨냈더라면 싶기도 해요. 여튼 너무 안타까워요.”―스포츠 지도자와 팀 동료들이 운동 성적을 이유로 선수를 때리고 왕따시키는 문화 등 악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게 놀라워요.“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한두 명씩 있는 것 같아요. 실업팀은 성적에 따라 연봉이 책정되기 때문에 선수 스스로가 알아서 할 텐데 굳이 그렇게 구타하는지….”―지금 지도자들 중에는 영화 <4등>처럼 맞으면 더 성적이 잘 나오더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저희도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중장거리 달리기 같은 경우 조금 혼내고 하면 더 잘 뛰고, 높이뛰기도 한번 소리 지르거나 한 대 쥐어박으면 더 높은 바도 넘게 되더라는 얘기요. 그런 부분에서 선생님들이 욕심이 생기고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니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도 주변에서 가끔 ‘쟤는 한번 맞으면 잘할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하는 분이 있긴 해요.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은 깊이 뿌리박혀 있는 거죠.”―경쟁 위주인 스포츠는 실력 향상을 위해 몸을 극한의 상태로 끌고 가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선수의 인권을 무시하고 때려가면서 그런 상태를 만들어야 할 건 아니지 않나요?“네, 그렇죠. 예전에 폭력이 스포츠계에 횡행했을 때도 보면 때린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건 그때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거죠. 더구나 요즘은 시대도 바뀌었잖아요. 말로 얼마든지 잘 지도할 수 있죠. 그래서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요즘에도 이런 게 있어?’라고 반문하는 스포츠 선생님들이 훨씬 많았어요. 저희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죠.”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석달에 걸쳐 실시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체 6만3200여명 가운데 언어폭력을 당한 선수는 9035명(14.9%), 신체폭력 피해자는 8440명(14.7%), 성폭력 피해자는 2212명(3.8%)이나 됐다. 12년 전인 2007년 조사 때의 언어폭력 74.3%, 신체폭력 74.9%, 성폭력 14.9%에 비해서는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10명 중 1.5명에 이르는 학생선수들이 각각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노출돼 있다. 스포츠 성폭력도 여전히 매우 심각한 수치다.―지도자들은 왜 선수들을 때려가면서까지 가르치려고 해요?“가장 큰 이유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죠. 그것 때문에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대하고, 구타도 하게 되죠.”―그러나 성적이 다가 아니지 않나요?“그렇죠.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는 지도자 본인의 성격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서 운동을 하면 좋아하는 만큼 성적도 좋게 나올 수 있죠. 구타까지 해서 성적을 내는 게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봐요. 잠깐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결코 아니죠.”―선생님 선수생활 할 때는 어땠어요? 그때는 구타 등 폭력이 그야말로 난무했을 때인데요.“저는 운동하면서는 안 맞았어요. 높이뛰기는 예전에도 많이 맞는 종목이 아니었어요. 내가 동작을 제대로 안 하면 높이뛰기 바에 걸려서 아프기 때문에 코치들이 굳이 혼내지 않고 ‘이 동작을 안 하면 네가 다칠 거야’라고 말로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많이 맞아가면서 운동하는 걸 봤어요. 그때는 사회 전체가 그러기도 했기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왜 그렇게 맞아가면서 운동을 했을까, 굳이 안 해도 되는 걸 왜 그렇게 했을까 싶어요.

 

내가 하는 지도법은?

​“예전엔 아이들 말 안 들으면 화내고 나중에 미안해했으나 요샌 내가 삐진 척 거리두기 선수 자발성 늘고, 나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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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염창초 코치

 

충남 논산시 성동면 출신인 김은경은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 등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그의 민첩한 몸놀림과 순발력을 눈여겨본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그때는 시골에서 다들 가난하게 살 때여서 운동부에서 주는 간식이 먹고 싶어서” 운동부에 들어갔다. 논산여중·고 육상선수를 거쳐 대전시청 실업팀에서 뛰었으며, 높이뛰기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다. 24살 때인 1994년 은퇴했다가 1997년 후배의 소개로 서울 은평구 역촌초에서 처음 코치 일을 시작했다. 그 뒤 몇몇 초등학교를 거쳐 2004년 염창초 육상부 창단 때부터 줄곧 염창초에서 일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는 대한체육회의 육상 꿈나무 전문지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학교 육상부 학생들은 어떻게 뽑아요?“담임 선생님들 추천을 받아서 학부모님들을 상담한 뒤에 선수들을 모집해요. 또, 근처 학교에서 잠재성이 있는 학생들을 추천받아서 데려오기도 하고요.”―부모들이 찬성하는 편인가요?“제가 만나 본 부모님들은 대부분 아주 좋아하셔요. 아침운동을 주로 하니까 수업에 방해될까 봐 가끔 반대하는 부모들이 있고, 햇볕에 얼굴 탄다고 운동을 안 시키겠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찬성하시더라고요. 아이가 살이 많이 쪘으니까 살 뺄 겸 해서 운동을 시켜달라고 먼저 부탁하는 분도 계셨어요.”―의외네요. 공부에 방해된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요즘은 운동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육상부 아이들은 거의 반에서 회장, 부회장을 해요. 또 전교회장도 많이 나오고요.”혁신학교로 지정된 염창초의 육상부 성적은 서울에서도 늘 상위권에 속한다. 염창초 선수들은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멀리뛰기 은메달을 땄으며, 지난가을 추계전국초등학교육상경기대회에서는 800m 달리기 2위를 기록했다. 2015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대회 신기록과 함께 3관왕을 배출하기도 했다.―운동 성적이 잘 나오는 비결이 뭐예요?“학교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부모님이나 아이들도 워낙 열심히 하다 보니까 성적이 잘 나왔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애들이 즐겁게 운동을 하거든요.”―운동이 몸을 쓰는 것이어서 힘들 텐데 아이들이 좋아한다고요?“애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조깅이에요. 그래서 요즘에는 무조건 많이 뛰게 하지 않아요. 중장거리 선수는 한번에 20~30분 등 비교적 많이 뛰지만, 다른 육상선수들은 반은 보강운동 하고 반은 조깅 하는 식으로 해요. 10가지 정도 보강운동을 섞어서 하다 보면 몸도 풀리고 근력도 강화되고 조깅 효과가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하고 마지막에 아이들하고 빠르게 뛰는 걸로 마무리하는 식이죠. 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피구 같은 놀이시간을 주고요. 힘든 것과 재밌는 것을 적절하게 섞어서 하죠.”―그것만으로 힘든 운동을 지속하기는 부족할 것 같은데요.“낙오하는 아이가 거의 없이 한번 하면 졸업할 때까지 끝까지 가는 것은 재미와 함께 성취감을 맛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 학교가 서울시 학교 대항 경기를 하면 거의 우승, 준우승을 하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운동하는 게 육체적으로는 꽤 고된데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운동하러 오는 것 같아요.”

김은경 서울 염창초교 육상부 코치가 지난 13일 오후 학교 체육관에서 5학년이 중심이 된 육상부 선수들과 함께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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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 삐졌으니까 니들도 쉬어”

 

비가 내린 지난 13일 오후 본관 5층 체육관에 5학년 4명과 6학년 1명 등 운동부 선수 5명이 통상적인 훈련을 위해 모였다. 전체 선수는 18명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기본적으로 학년별로 요일을 정해 운동한다. 매일 아침 8시부터 50분간 운동하며, 오후 수업 이후에도 1시간반 정도씩 한다. 아이들은 코치 지도에 따라 두 발바닥으로 뛰기 등 몸풀기와 보강운동을 시작했다. “지우야, 리듬을 타야지.” “두 발을 같이 모아야지.” 김은경의 목소리가 중간중간 추임새처럼 체육관에 울려퍼지자, 아이들의 동작이 더 세밀해졌다. 운동을 하기 위해 강서구 공항초교에서 지난 3월 전학 온 5학년 임예지는 “코치 선생님과 운동하는 게 즐겁고 좋아요”라고 말했다.―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답답하고 화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실력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 안 듣고 게을리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화를 많이 내죠.(웃음)”―어떻게요?“초등학생들이니까 저는 제가 그냥 삐져요. ‘나 삐졌으니까 하든 말든 맘대로 해. 난 안 할 거야. 하기 싫을 때 하면 너한테 독이 되면 독이 됐지, 이득은 안 되니까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냥 쉬어’ 하죠. 아이들이 하기 싫어할 땐 저는 될 수 있으면 운동을 안 시키려고 하거든요.”―그러면요?“열심히 하려고 하는 아이들한테 신경을 쓰다 보면 얼마 안 있어 다가와서 살짝 ‘선생님, 저도 이거 조금만 해보면 안 돼요?’라고 해요. ‘그래, 그러면 네가 아까처럼 행동하면 나는 절대 안 할 거야. 네가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하겠다’고 설득하고 다시 시작하죠. 그래서 저도 깨달았죠. 때로는 안 시키는 게 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죠.”―아이들에게 얼차려를 시키거나 매를 든 적은 없어요?“때리지는 않고요. 예전에는 운동하다가 장난이 심하거나 하면 호통을 치거나 가벼운 벌을 준 적은 있어요.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아요. 잘못된 일이었죠. 지금은 그렇게 안 해요.”―어떤 계기로 이렇게 바꾸셨어요?“저도 배웠죠. 요즘 사회 전체적으로 체벌은 안 되잖아요. 시교육청에서 스포츠 인권 교육도 많이 받았고요. 조그마한 벌주기도 안 된다는 것을 배운 뒤에는 아이들을 그냥 쉬게 하는 식으로 바꿨죠.”―자극이 필요하다 싶을 때 과거엔 가벼운 벌을 주다가 그것도 안 한 뒤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제 생각으로는 그렇게 하나 지금처럼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주나, 아이들에게는 똑같은 것 같더라고요. 때리거나 벌준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아이들 경기 성적도 지금이 더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요즘 시대에 맞게 아이들하고 소통하면서 운동하는 게 더 좋은 효과가 나는구나 생각하게 됐어요.”―지도방법이 바뀐 이후 지도자로서 본인은 어떠세요?“저도 훨씬 편안해졌죠. 예전에는 화를 내고 나면 아이들에게 되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다른 친구들 보기에 창피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걸렸고요. 그런데 지금은 혼내고 속상할 일이 없으니 아이들과 운동하는 시간이 즐겁죠.”

김은경 서울 강서구 염창초교 육상부 코치가 13일 낮 학교 체육관에서 학생선수들과 함께 몸풀기 동작을 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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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 운동부엔 ‘후배 갈굼’ 사라져

 

―운동선수들이 예전엔 학습은 등한시하고 그랬잖아요. 선수들을 운동하는 기계로 취급한다는 비판도 많았는데 요즘은 어때요?

 

“지금은 초등학교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중학교도 거의 자리잡아가고 있어요. 아침에 운동한 뒤에 정규 수업을 다 받죠. 그 뒤에 다시 운동하고, 그것 끝나고 학원 가는 아이들도 많아졌어요. 고등학교도 정규 수업은 다 받죠. 제 아들이 축구선수(아주대 1년)인데 고3 때 반에서 1, 2등 하는 축구선수도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고교 졸업 후 일반대학으로 가기도 하고요. 물론 고교생의 경우 운동으로 나갈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보다는 운동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죠. 그러다 보니 고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자는 운동선수도 있고요.”두번째 인터뷰 다음날인 14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학교운동부 미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스포츠 폭력에 대해서는 단순 폭언을 한 지도자까지도 퇴출시키는 등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학생선수들의 휴식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중 하루는 ‘훈련 없는 날’로 정하고,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하는 선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 중학교의 운동부 기숙사는 다 폐지된다.―벌써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네요.“네, 좋은 변화죠. 예전에는 운동을 관두고 중간에 공부하려고 해도 기초학력이 없어서 불가능했거든요. 제 학창 시절에는 중학교 때부터 거의 수업을 안 했고, 고등학교 때는 교실에 거의 안 들어갔어요.(웃음) 그러니 운동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요즘은 학교에서 운동하면서도 공부를 다 하도록 하니까 최종적으로 진로를 정할 때 본인의 선택지가 그만큼 넓어졌어요.”―선후배 간의 폭력 문제는 어때요? 군대처럼 선배가 후배들 군기 잡는 악습이 가끔 터져나오잖아요.“그것도 정말 엄청 바뀌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고학년이 저학년을 혼내준다든지 하는 일이 전혀 없어요. 오히려 저학년이 선배에게 까불고 장난을 걸어서 ‘동생들이 버릇없어서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지, 그 반대 경우는 없어요. 그런 아이들이 진학하기에 중학교도 이미 그런 문화는 없다고 들었어요. 그 위로는 아직 선후배 간의 엄격한 위계 문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다 바뀔 거라고 봐요.”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녹취 홍혜원<김은경을 만든 시간>

초등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4학년 때부터 운동부 생활을 시작했다.

논산여고 시절: 높이뛰기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다. 뒷줄 맨 오른쪽.

실업팀 시절: 대전시청팀 소속으로 대회에 출전해 높이뛰기를 하고 있다.

서울 염창초 코치: 2015년 제주에서 열린 육상연맹 주최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두 제자 등과 함께. 오른쪽 둘째.

꿈나무 전문지도자: 지난 1월 육상 꿈나무 합숙훈련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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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토요판] 김종철의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