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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이낙연의 ‘사이다’, 이재명의 ‘사이다’ / 손원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29. 04:48

[아침햇발] 이낙연의 ‘사이다’, 이재명의 ‘사이다’ / 손원제

등록 :2020-07-28 16:30수정 :2020-07-29 02:39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한겨레> 자료사진

손원제 ㅣ 논설위원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보다 차기 대선 주자 경쟁에 더 관심이 쏠린다. 당연하다. ‘슈퍼 여당’ 대표라도 대통령 권력엔 비교할 수 없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당권 경쟁 구도는 이낙연-이재명-‘누군가’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누군가’는 쉬이 예상되지 않으니, 이낙연-이재명의 길항에 눈길을 주게 된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은 지난해 9월 첫 조사 이래 줄곧 1위다. 다만 지난 6월 정점(28%)을 찍은 뒤 7월 24%로 하락세를 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올 3월 10%를 넘으며 2위를 꿰찼다. 6월 12%, 7월 13%로 한발짝씩 따라잡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이낙연 23.3%, 이재명 18.7%였다. 오차범위 내로 바짝 붙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40.2%(리얼미터)에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정치는 기세’인데, 지금은 둘의 기세가 대비되는 형국이다.왜 그럴까.

 

먼저 떠오르는 건 ‘컨벤션 효과’다. 주요 이벤트 뒤 주목도와 지지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 지사는 최근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 판단을 받았다. 정치적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면서 반짝 효과를 누리는 게 아니냐는 평가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 지사는 계속 올라가는데 이 의원은 떨어지는 흐름을 설명하지 못한다. 저변에 깔린 이미지와 정치적 매력도의 변화를 들여다봐야 한다.둘 다 ‘사이다’ 이미지로 떴다는 점을 우선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국회에서의 ‘사이다’ 답변으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 야당 의원 질의에 품격 있되 단호하게 허점을 받아치는 답변으로 종종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회 답변 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수십만, 수백만회씩 재생되며 그의 존재감을 드높였다.문제는 이런 사이다 효과의 한계다. 반사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보수야당 의원들의 근거 얕은 몰아붙이기가 답답했던 이들에게 경륜·관록·품격 세 박자를 갖춘 당당한 답변은 속이 뻥 뚫리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선 자리가 바뀌자 환호 데시벨도 뚝 떨어진다. 총리 아닌 차기 주자에겐 사이다 답변이 요구되지 않는다. 필요한 건 선명하고 설득력 있는 의제와 해법 제시다. 그러나 주요 현안에 대한 그의 말은 모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케미’를 잘 맞춘 총리 출신으로서 때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엄중히 지켜보겠다”를 되풀이했다. ‘엄중 이낙연’ 소리를 듣는 사이 ‘사이다’에선 탄산이 빠졌다.

 

그 사이를 원조 ‘사이다’ 이 지사가 파고들었다. 그는 2017년 펴낸 책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사이다’ 별명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두루뭉술하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직선적이고 분명하다. 그래서 나의 언어는 일면 거칠고 격식 없고 솔직하고 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나의 언어에 대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이재명표 ‘사이다’는 이낙연과 또 달랐다. 견해가 갈리는 복잡한 정책 현안조차 대담한 대안으로 정면 돌파한다.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이 뜨거울 때, 이 지사는 “같은 일을 한다면 직장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게 임금을 더 주는 게 옳다”며 실행에 옮겼다. 집값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자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30년 이상 장기 거주가 가능한 ‘경기도형 기본(임대)주택’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선을 준비해본 경험이 한몫했을 것이다. 승부사 기질로 이 의원과의 차별성을 극대화했다.물론 ‘정치는 생물’이다.

 

2022년 대선까지 국면 전환의 기회는 넘친다. 이 의원이 과감하게 자기 색깔을 만들어갈 수도, 그의 안정감과 신중함이 더 높이 평가받는 시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이 지사의 실험이 현실의 벽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사이다보다 생수로 대중 입맛이 바뀌지 말란 법이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각자 방식의 효능감을 앞세운 여당 주자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야권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쇄신 화두를 띄운다지만, 색깔론 한방에 ‘도루묵’ 꼴이 난다. 막힌 민심을 뚫을 ‘잠룡표 사이다’ 출시 없이는 헛수고가 될 것이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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