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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저가의 함정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11. 02:30

국내 최저가의 함정

 

 

 

 

 

 

요즘 경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경기는 난생 처음이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밑지지 않고 파는 곳은 홈쇼핑뿐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요즘 홈쇼핑 업체들의 최저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경쟁입니다. 이러한 최저가는 주부들이나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최저가가 농어민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제물삼아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이 최저가로 인해 영세 납품업체들의 등골이 휜다면 그 최저가는 정당한 최저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 때 홈쇼핑에 물건을 납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느낀 솔직한 심정은 도둑놈도 이런 도둑놈들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홈쇼핑이란 곳은 시중보다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홈쇼핑의 판매마진이 30~40%에 이른다면 이해가 되는지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다수의 홈쇼핑 업체들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결제대금의 지급마저도 판매완료 후 3~6개월 뒤에 지불해 주는 곳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제품은 이미 판매되었는데 소비자가 지불한 돈이 생산자에게 입금되지 않는다면 영세 납품업자들은 자금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 최저가의 납품가격을 맞추기 위해 생산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습니까? 손해보고 납품할 수 없으니 원가를 줄이기 위해 품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제가 한 때이지만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그 때는 혹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관행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는 반드시 개선시켜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소비자들도 소비자만 행복한 그런 소비 말고, 생산자까지도 행복해지는 그런 소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농수축산물 만큼은 ‘최저가’라는 단어 대신에 ‘합당한 가격’이나 ‘합리적 가격’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고생하는 농어민들이 보람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우리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것이 농어촌을 살리고 농어민을 살리는 착한 소비자 운동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농어민의 보람을 먹어야지 농어민의 눈물을 먹으면 안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라도 ‘국내 최저가’라는 단어가 나오거든 ‘아, 저기 어딘가에는 농어민들의 눈물도 함께 들어 있겠구나...’하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완규 올림

 

 

 

오늘 사진은
박곡희 작가님이 담아온

마이산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