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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많은 사회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11. 02:42

상처 많은 사회

 

 

 

 

 

 

 

지금부터 1년 전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재능으로 뭔가 하나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침마다 글을 써서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드리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지금 보내드리고 있는 메일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사람들은 날마다 글을 써서 보내드리겠다는 저의 말에 반신반의하였습니다. 연재도 아니고 날마다 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쓰다가 말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글을 써서 문자메시지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루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쓰다 보니 오늘이 딱 1년째 되는 날이 되었습니다.

 

1년 365일 중에서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빼고 아침 8시가 되면 어김없이 글을 써서 문자메시지로 보내드렸습니다. 짧은 글도 아니고 제법 긴 글이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쓴 글의 량이 300여 꼭지에 책 3권 분량이 넘었습니다.

 

저는 날마다 아침 8시에 보내는 문자메시지 글과 저녁에 메일로 보내는 글, 이렇게 두 가지의 글을 씁니다. 메일 받아보는 분들 중에는 아침마다 저의 글을 문자로 받아보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날마다 저의 글을 읽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날마다 그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겠습니까.

 

 

 

 

 

 

 

 

 

 

 

 

어느 날은 아주 민감하거나 과격한 글을 쓴 날도 있었고 어느 날은 독자들이 읽기 편한 글을 쓴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글 때문에 논란을 일으킨 적이 없었던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글을 받는 분들 중에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저의 글을 보내달라며 연락처를 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글을 받는 분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보면 저의 글뿐만 아니라 좋을 글들이 무척 많이 돌아다닙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상처 많은 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연고를 발라도 계속 긁기 때문에 좀처럼 상처가 낫지 않는 사회이지요.

 

그렇다고 상처가 덧나기 때문에 연고를 안 바를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좋은 글이 계속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날마다 글을 쓸 수 있냐고 묻지만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잘 쓰려는 강박만 없으면 즐거운 일입니다.

 

한 줄의 좋은 글로 마음 하나 잘 먹으면 그것이 산삼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약도 한 번 먹고 바로 약효가 나는 약은 없습니다. 날마다 지속적으로 먹어야 약효가 나고 병도 낫습니다.

 

좋은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을 읽고 금방 사람의 본성이 금방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날마다 조금씩 좋은 생각과 좋은 느낌을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좋은 쪽으로 변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상처 많은 사회에 마음 속에 덧이 난 분들도 많은 것입니다. 부족한 저의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