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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방역 훼방’에 대한 경제적 관점: 팬데믹과 외부성 / 표동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28. 02:58

[왜냐면] ‘방역 훼방’에 대한 경제적 관점: 팬데믹과 외부성 / 표동진

등록 :2020-08-26 18:04수정 :2020-08-27 02:39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이라는 개념은 개인이나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대변하는 유명한 메타포이다. 이 메타포가 의미하는 것은 개별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최선’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련된 생각은 ‘후생경제학 제1기본정리’라는 이름으로 이론적 정립이 되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작동하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생경제학 기본정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선결조건이 존재한다. 가령 경제주체들 간에 정보 격차가 없어야 하며, 거래 비용이 없어야 하며,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어야 하며, 또한 나의 자유로운 행동이 타인에게 좋은 식으로든 나쁜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 즉 ‘외부효과’가 없는 상태가 만족되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병이라는 특성,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아주 높은 치명률을 나타내고,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작금의 팬데믹 시대는 우리로 하여금 외부효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사람 및 집단들의 방역 관련 행동들은 우리 공동체와 경제에 심각하면서도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개별 개인들은 자신의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행동들이 바이러스의 전체적인 확산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과소평가하기 쉽다. 이는 나쁜(좋은) 상황 발생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높게) 평가하는 우리 인간의 ‘인지적 편향’에 기인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개개인이 하나둘 모이게 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개별 개인들은 어떤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 선택이 가져올 만족(또는 행복)과 그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비용을 저울질하며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개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우리 공동체와 경제시스템에 미치는 효과를 의사결정 과정에 온전히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시적 편안함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또는 정치적 의사 표출을 위해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는 행동들은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는 죽음과 고통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끔찍하지만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행동들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경제활동 위축까지 합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최근의 대규모 정치 집회를 허가한 법원의 판결은 너무 근시안적인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재판부가 대규모 집회가 우리 사회에 부과할 ‘비용 청구서’ 금액의 크기를 과소 추정한 것이 아닌 것인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대규모 집회 방식을 통한 정치적 의견 표출이 공동체 및 경제 시스템에 가져올 사회적 편익과 사회적 비용 중 현시점에서 어느 것이 더 큰 것인가?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가 미흡한 미국의 경우 바이러스 관련 사망자 수는 현재 18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이 약 3만6천명이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정치적 의견 표출을 위해 생명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것은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 체계에도 반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외부효과를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강화된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게끔 하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방역 행동 관련 사적 비용(private costs)과 사회적 비용(social costs) 간의 괴리를 과감하게 축소시켜야 한다. 즉, 방역수칙을 의도적으로 준수하지 않거나 방역활동을 방해하는 개인과 집단에는 설령 확진 사례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검사료를 포함한 의미있는 수준의 경제적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난폭 운전자에게 높은 자동차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듯이, 공공의 재원을 등에 업고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는 행동에 더 높은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개인 수준에서 묵과하기 쉬운 사회적 비용이 개개인들의 방역 행동 선택에 반영될 것이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자랑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팬데믹 시대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표동진 ㅣ 창원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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