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공서양속 위배여부] 대법원, 기아차 산재 사망자 자녀 특별채용 인정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29. 02:35

대법원, 기아차 산재 사망자 자녀 특별채용 인정

등록 :2020-08-27 16:02수정 :2020-08-28 02:32

 

전원합의체 11대 2 의견 “사회질서 위배 아냐”
“구직희망자 희생 기반을 두면 안 돼” 반대의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대법원 제공.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를 회사가 특별채용하도록 하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조항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7일 기아차 산재 사망자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단체협약에 따라 산업재해 사망자 직계가족 1인을 채용하라”며 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1대 2 의견으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했다.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한 이씨는 금형 세척 작업을 하다 발암물질인 벤젠에 노출됐다. 2008년 8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씨는 2010년 7월 사망했다. 이에 이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결격 사유가 없는 한 6개월 안에 특별채용한다’는 기아차 단체협약 조항을 내세워 이씨 자녀의 채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에 위배되는지였다. 1·2심은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고용계약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해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며 기아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 유족에게 위자료 등 2300만원 지급을 명령하긴 했지만,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11명)으로 “특별채용 조항은 사망한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정이기에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특별채용 조항이 일자리를 대물림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유족은 공개 채용 절차에서 우선 채용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절차에서 특별채용 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당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기택·민유숙 대법관은 산재 유족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반대의견으로 “보호의 방식이 구직희망자라는 제삼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직계가족 1인 특별채용은 비혼 1인 가구나 직계비속을 두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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