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여성운동’ 땅에 씨앗 뿌린 이효재 명예교수 별세
등록 :2020-10-04 15:43수정 :2020-10-05 02:46
여성민우회·여성단체연합 등 설립…남북여성 교류의 장 만들기도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역사’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4일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96.
경남 마산 출신인 이 명예교수는 미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195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개설에 앞장섰다. 이후 한국 상황에 맞는 여성학 이론을 연구하면서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여성단체를 설립해 여성들의 불평등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호주제 폐지, 국회의원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 도입 등이 그 결과다. 1991년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창립을 주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 명예교수가 개척한 또 다른 분야는 분단사회학이다. 분단이 여성과 가족, 사회구조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분단시대의 사회학>으로 1986년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초엔 북한을 방문해 남북 여성들의 교류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화여대 정년퇴임 뒤인 1997년부터는 경남 진해에서 지역사회 운동에 매진해왔다. 이 지역 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을 지내며 여성의 사회참여 관련 정책 조언을 했고, 진해 기적의 도서관 유치를 주도해 이 도서관 운영위원장으로도 일했다. 2013~2015년엔 제주에 머무르면서 평화와 생태 문제에 천착했다.
<한겨레> 창간에도 참여해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이사를 지냈다.
이 명예교수의 빈소는 경남 창원시 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여성장으로 치른다. 5일 저녁 7시에 한국여성단체연합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추모식을 진행한다. 장지는 경기 이천시 에덴낙원이며, 발인은 6일 오전 8시30분이다. 온라인(wsri.or.kr)으로도 조문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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