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왜냐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몰이해 / 이건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0. 27. 03:59

[왜냐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몰이해 / 이건

등록 :2020-10-26 15:41수정 :2020-10-27 02:38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건 ㅣ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 내용 중 정부 조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두가지 발언을 지적하고 싶다.

 

윤 총장은 수사의 중립성 등으로 “법리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였다. 대한민국 정부조직 내 검찰과 같이 중립성이 요구되는 청 단위의 조직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기획재정부 소속 기관인 통계청인데, 통계청도 정치적 간섭 없이 국가의 통계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집·작성해야 하는 중립성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이런 이유로 통계청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평적 관계로 볼 수 있는 것인가? 법률적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더욱 명확하다.정부조직법 제7조 1항은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3항에서는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하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두번째로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특정 수사에 대한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배제를 위법·부당한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권 지휘 부여는 여러 함의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장관과 총장 간 상호견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경험하였듯이,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수사는 검찰총장의 지휘로 수사가 가능하다. 이와 반대로 검찰총장이 연루된 수사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수사팀이 총장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수사를 가능하게 한다. 이런 상호견제는 권력기관인 검찰 조직을 매우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의 가족들이 자신이 이끄는 조직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그의 장모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되었고, 그의 아내는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팀의 독립성과 중립성의 최대 걸림돌은 윤 총장 자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총장의 지휘 영향력을 배제시킴으로써 검사들의 실질적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너무 정당한 것 아닌가? 오히려 국감장에서 가족 수사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였는데, 이는 현재 수사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었다.

 

우리나라 정부조직에는 실적주의에 의해 임용된 직업관료와 엽관주의에 의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임명직 공무원이 공존한다. 즉 모든 정부부처는 직업관료와 직업관료를 지휘하고 통제하는 정치적으로 임명된 장관으로 구성된다. 직업공무원제는 관료들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행정의 능률성을 기할 수 있는 반면 국민의 선호를 반영하려는 대응적 유인이 약하고 신분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관료 스스로 권력화될 수 있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 지지로 선출된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하고 정치적으로 임명된 장관은 인사권을 가지고 직업관료를 통제함으로써 직업관료들이 좀 더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엽관주의의 기본적인 정신이다. 현재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검사라는 직업관료로 구성된 검찰조직도 장관 통제 영역의 예외가 아니다. 검사 출신의 검찰총장과 검사들 간에 검사동일체라는 폐쇄적 문화 속에서 기소와 수사가 편의적, 자의적으로 행사되어도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면 ‘리바이어던’의 관료집단 성역이 만들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조직은 국민의 신체적 자유를 제약하고 국가형벌권이라는 행정권을 집행한다는 점에서 엽관주의에 의해 임명된 장관의 문민통제가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지난 국감에서 장관에게 부여된 합법적인 통제 수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윤석열 총장의 태도는 검찰조직을 수사의 독립성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스스로 ‘리바이어던’이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