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 마침내 김학의 ‘유죄’, 성접대 빠진 ‘미완의 단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0. 29. 05:26

[사설] 마침내 김학의 ‘유죄’, 성접대 빠진 ‘미완의 단죄’

등록 :2020-10-28 18:15수정 :2020-10-29 02:41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는 김 전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마침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지난해 말 1심에서 무죄로 풀려났지만 28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뇌물 혐의가 일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이다. 김 전 차관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7년여 만이다. 사필귀정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핵심 혐의인 성접대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전히 ‘미완의 단죄’인 것이다.

 

이번에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김 전 차관이 시행업자인 최아무개씨한테서 2000~2011년 사이 43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1심은 직무관련성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시행사업과 관련해 검찰 특수부 조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김 전 차관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김 전 차관도 다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유죄 판결은 “10년 전 뇌물수수 행위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2020년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던지고 있다”는 재판부 지적처럼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애초 사건의 본질이었던 성접대 혐의가 여전히 법의 심판을 비켜갔다는 점에서 끝내 정의는 실현되지 못한 셈이다. 2013년 1차 수사와 2014년 2차 수사를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검찰은 2018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재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6월에야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뒤늦은 기소는 공소시효에 발목 잡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에 대해 “검사의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현저하게 훼손했다”고 했는데, 검찰의 성접대 사건 처리야말로 이런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김 전 차관이 다른 혐의로 단죄를 받았다고 해서 성접대 사건을 덮을 수는 없다. 분명한 증거가 있음에도 두차례나 무혐의 처리한 수사 관계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검찰 조직이나 간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은폐·왜곡하는 적폐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개혁의 고삐를 다잡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검찰의 무너진 정의를 그나마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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